미국 북동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BA.2) 환자가 폭증해 뉴욕시 당국이 코로나19 대응 단계 재격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 당국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강한 만큼 실내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미국 내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지만 연방정부나 지방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애슈윈 바산 뉴욕시 보건위원회 위원은 15일(현지시간) 뉴욕 현지 매체 ‘NY1’ 인터뷰에서 “향후 수일 안에, 아마도 다음 주 초쯤에는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중간 위험’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산 위원은 “뉴욕시 내 5개 자치구의 확진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변이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활절(17일) 연휴를 전후해 유행이 확산할 수 있다며 “실내에 들어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족 및 친지 모임 후에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의 기미는 완연하다. 1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스홉킨스대의 최근 집계를 인용해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월 초 이후 약 14% 증가해 하루 3만2,000명이 확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14일 기준 뉴욕주 내 신규 확진자 중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와 그 하위 변이에 감염된 비율이 80.6%를 차지한다고 우려했다. CNN은 스텔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12와 BA.2.12.1이 약 25% 더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위 변이들이 확진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뉴욕주 보건당국은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 FT는 “미국 의회는 여전히 1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지출을 처리하지 않고 있으며 마스크 의무화 정책도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주(州) 대부분도 초기에 보였던 조치들을 다시 꺼내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현재 하루에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올해 1월 200만 건 이상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54만 건에 그치고 있다고 FT는 지목했다. 검사 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로, 대규모 검사가 이뤄지면 더 많은 확진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털링 랜손 미국 가정의학회 회장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으러 오지 않으면서 (숨겨진) 확진자들이 질병을 더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