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날파리가 ‘둥둥’… 비문증 방치하다간 자칫 실명

입력
2022.04.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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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53ㆍ여)씨는 두세 달 전부터 눈앞에 무수한 점이 떠다니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화 때문이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이씨는 증상이 계속되면서 일상생활도 점점 불편해지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비문증(飛蚊症ㆍ날파리증)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안저(眼底) 검사를 하니 망막 주변부 망막열공(網膜裂孔ㆍretinal tear)이 관찰돼 레이저 치료가 필요했다. 병원을 늦게 찾았다면 자칫 망막박리(網膜剝離ㆍretinal detachment)가 될 뻔했다. 망막박리가 되면 자칫 실명할 수 있다.

◇날파리ㆍ얼룩ㆍ실타래 등이 '둥둥' 떠다녀

우리 눈 안의 공간은 젤같이 점성 있는 액체인 유리체로 채워져 있다. 99%가 수분이고 나머지는 섬유조직으로 이뤄져 있는 투명한 젤리 형태다. 나이 들면서 유리체 점도가 떨어지면 점차 묽어진다(액화 현상).

이 과정에서 유리체 내 미세한 콜라겐 섬유가 뭉쳐지며 부유물이 생긴다. 이렇게 뭉쳐진 콜라겐 섬유 덩어리가 눈에 들어오는 빛을 방해하면서 그림자가 생겨 발생하는 증상이 비문증이다. 비문증은 노화에 따른 정상적인 변화로 비교적 흔히 나타난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비문증은 40대에 발생하기 시작해 50, 6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대개 밝은 곳인 파란 하늘이나 흰색 종이, 흰 벽면을 바라볼 때 파리, 모기, 점, 얼룩, 실타래 같은 것들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시선을 움직이면 이러한 물질도 같이 이동하고, 심하면 눈앞에 번쩍이는 섬광이 보이기도 한다.

◇포도막염·유리체 출혈 등 눈 질환 원인이면 치료해야

우리 눈 안쪽 면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을 인지하는 ‘카메라 필름’ 같은 기능을 하는 망막으로 덮여 있다. 때로 비문증은 이 망막에 구멍이 나는 망막열공이 동반될 수 있기에 비문증이 생기면 눈 검사를 해야 한다. 또한 포도막염ㆍ유리체 출혈 등 다양한 눈 질환으로 인해 비문증이 생길 수 있기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기 망막열공은 레이저 시술로 열공이 생긴 망막 부위를 유착하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망막열공으로 인한 망막박리(망막 안쪽 감각신경층과 바깥쪽 색소상피층이 분리되는 상태)가 진행되면 수술해야 한다. 따라서 비문증이 나타나면 주변부 망막에 대한 산동(散瞳)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어두운 데도 번개 치듯이 번쩍거리는 광시증(光視症)이 동반되거나 눈앞에 커튼 같은 장막이 쳐지는 듯한 증상이 생기면 이른 시일 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기존에 비문증이 있던 환자라도 떠다니는 날파리 수가 갑자기 늘었다면 바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노화 과정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비문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인지하지 못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돼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포도막염, 유리체 출혈, 망막열공, 망막박리 등 질병에 의한 비문증은 진행을 억제하지 않으면 시력에 영향을 주고 심하면 실명할 수 있기에 원인을 확인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비문증이 발생하면 실명으로 이어지는 당뇨망막병증의 신호일 수 있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 대부분 특별한 통증이 없다”며 “비문증이나 시야 흐림 등이 전조 증상일 수 있기에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편두통ㆍ시설 현상 같은 신경학적 이상도 원인

눈앞에 이상한 것이 보이는 시각적 증상은 비문증 때문일 때가 많지만, 편두통으로 생길 수도 있다. 편두통은 중증도 이상 박동성 통증이 머리 한쪽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성 5명 중 1명, 남성은 15명 중 1명꼴로 겪는다.

이런 편두통에서 두통이 발생하기 직전에 비문증과 비슷한 시각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퍼지는 양상의 번쩍거리는 암점(暗點)이나 희미한 불빛, 지그재그 선이나 별 모양이 보이기도 하며, 시야 암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두통 없이 시각적 증상만 나타나기도 해 이를 ‘안구 편두통’이라고 표현한다. 환자가 이런 증상을 오랫동안 비문증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는 뇌 시각피질에서 나타나는 이상인데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비문증 양상처럼 나타날 수 있기에 감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시각적 증상과 박동성 두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비교적 쉽게 편두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중년 이후 갑자기 시작돼 시각적 증상만 수개월에 한 번씩 반복된다면 감별하기 어렵다. 대부분 두 눈에서 10~30분 정도 나타나며, 한 시간 미만으로 증세가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매우 드물게 한쪽 눈이 일시적으로 아예 보이지 않기도 한다. 또한 비문증이나 편두통과 달리 깜박거리는 흰 점, 어두운 점, 투명한 점이 시야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시설 현상ㆍvisual snow).

[이럴 때 ‘병적 비문증’ 의심하세요]

□부유물 숫자나 크기가 늘어난다.

□눈앞이 순간 번쩍이는 증상이 동반된다.

□눈앞에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가 가리어진다.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다.

□사물이 일그러져 보인다.

□고혈압ㆍ당뇨병 등 지병이 있다.

□백내장이나 라식 수술 후 생겼다.

□고도 근시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