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장거리 폭격기로 마리우폴 공격"

입력
2022.04.16 09:07
동부 교전 지역서 민간인 2800명 탈출

러시아가 개전 이후 처음으로 장거리 폭격기까지 동원했다. 50일 넘게 버티며 ‘결사항전’을 벌여온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대상이다. 조만간 함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도시를 비롯해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동부 지역에서 민간인 2,800여 명이 탈출에 성공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침공 이후 처음으로 장거리 폭격기를 이용해 마리우폴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거리 폭격기 기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러시아는 투폴례프(Tu)-95MS와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기종은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해 주요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월 2일 노르웨이해와 대서양 북동부 해역 등에서 Tu-95MS를 동원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달 19일에도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핵전력 훈련을 하기도 했다. 모투자니크 대변인은 “마리우폴의 상황은 어렵고 힘들다”며 “지금까지도 교전이 진행 중이고 러시아군은 계속해서 추가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다”며 “도시 내 일리치 제철소와 항구 주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러시아가 이 도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포위 공격을 계속하는 탓에 연일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의 아조프 연대와 해병대 역시 50일 넘게 맞서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한 민간인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에 나섰다. 이날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리우폴에서 363명이 자력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그간 양국 합의에 따라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가 수 차례 개설됐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마리우폴에서는 우크라이나 당국이나 국제적십자사(ICRC)에 의한 체계적 대피는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시민들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통로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탈출했다는 얘기다. 하르키우 등까지 포함할 경우 러시아의 포위 공격이 이어지는 동부에서만 2,864명이 대피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