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감사위원 1명씩 나눴다... 신구 권력 '인사 충돌' 일단락하나

입력
2022.04.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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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선관위원(장관급) 후보자로 김필곤(59)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를 지명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위원(차관급) 후보자로 이미현(61)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남구(57)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임명 제청했고, 문 대통령은 즉각 재가했다.

감사위원과 선관위원 공석이 한 번에 채워지면서 정권 교체기 공직 및 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일단락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발표된 자리는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인사 갈등의 '핵'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도 입을 맞춘 듯 "서로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양측 간 사전 물밑 협의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김필곤 후보자는 제26회 사법시험을 통해 입관, 30여 년간 판사로 지냈다. 2018~2020년 대전지법원장 재임 시 대전 선관위원장을 지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미현 감사위원은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이후 대형 로펌과 기획재정부∙국무총리실 등에서 두루 활동했다. 감사원은 "법률적 전문성과 국가 행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빌려 감사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남구 감사위원은 제38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감사원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감사원은 "온화한 성품∙올곧은 소신을 바탕으로 국가재정 건전화와 공직기강 확립에 크게 기여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文∙尹 모두 "긴밀하게 협의했다" 강조… 인사 갈등 봉합

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정치권에선 이남구 감사위원이 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 이미현 감사위원이 윤 당선인의 대학 동기(서울대 법대 79학번)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한 명씩 지명권을 나눠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남구 감사위원이 지난 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감사원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정권 이양기 '알박기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다. 국민의힘은 이날 임명된 인사들을 제외한 5명 중 3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점을 들어 '친여권 인사'로 규정해 왔다. 청와대가 인사 갈등 당시 '각자 감사위원 한 명씩을 각각 추천하자'는 제안에도 윤 당선인 측이 거부한 이유였다.

윤 당선인 측 주장대로라면, 이남구·이미현 감사위원 임명으로 친여·친야 성향의 감사위원은 4대 3 구도가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들에 대한 감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최재해 원장은 지난달 25일 인수위 업무보고 당시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되는 경우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문 대통령의 인사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최 원장을 현 정부와 가까운 '친여권 인사'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신구 권력이 각자 한 명씩 지명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文∙尹 회동 이후 정권교체 순항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만찬회동을 통해 '인사권 협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 원의 정부 의결 등 협조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부처 산하기관장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퇴출당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어 언제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