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환 대전지검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사건 자체가 증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지검장은 15일 오후 대전지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은 법 통과 후 (시행 유예기간으로 정한) 3개월 뒤에 수사권이 사라진다"며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수사할지조차 법안에서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부패 범죄와 기업·경제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만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해왔는데,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노 지검장은 "그동안 검찰이 담당하던 중요범죄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노 지검장은 또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특허범죄 중점검찰청인 대전지검의 중요 기술유출·침해 범죄 대응도 불가능해져 첨단기술 보호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지검장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에서 전문자문관 시스템을 갖추고 수사하고 있다"며 "대전지검 정도의 수사력을 다시 갖추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정치권이 주장하는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노 지검장은 "어떤 분들은 검찰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정치 권력이 나가라고 하면 우리도 나가야 한다"며 "지금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검사들 나가라고 하면 대부분 옷 벗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생긴 이래 정치 권력보다 검사 권력이 더 강했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지검장은 '검수완박' 추진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따졌다. 노 지검장은 "특위를 구성하는 등 사전에 의견을 모으거나 국민들 뜻이 헌법 개정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하면 검찰이 이렇게까지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조선시대 사헌부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검찰 사례를 들며 검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지검장은 "조선시대 검찰인 사헌부는 왕과 권력자들에게 늘 눈엣가시와 같았고, 심지어 성군인 세종과도 갈등을 빚었지만 조선시대 500년 역사에서 사헌부 자체를 부정하고, 폐지한 이는 연산군 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선 문화대혁명 광풍이 몰아치던 중 검찰이 폐지돼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한 처벌을 받는 폐해가 발생했고, 결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다시 설치됐다"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그러면서 "현명한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대해)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하기를, 그리고 여야 의원들이 형사소송법학회, 헌법학회, 변협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도 살펴 신중히 입법을 추진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