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환 대전지검장 "검수완박 통과하면 월성원전 사건 증발할 것"

입력
2022.04.15 17:56
"조선시대 사헌부 폐지한 이는 연산군뿐"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사건 자체가 증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지검장은 15일 오후 대전지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은 법 통과 후 (시행 유예기간으로 정한) 3개월 뒤에 수사권이 사라진다"며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수사할지조차 법안에서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부패 범죄와 기업·경제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만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해왔는데,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노 지검장은 "그동안 검찰이 담당하던 중요범죄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노 지검장은 또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특허범죄 중점검찰청인 대전지검의 중요 기술유출·침해 범죄 대응도 불가능해져 첨단기술 보호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지검장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에서 전문자문관 시스템을 갖추고 수사하고 있다"며 "대전지검 정도의 수사력을 다시 갖추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정치권이 주장하는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노 지검장은 "어떤 분들은 검찰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정치 권력이 나가라고 하면 우리도 나가야 한다"며 "지금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검사들 나가라고 하면 대부분 옷 벗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생긴 이래 정치 권력보다 검사 권력이 더 강했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지검장은 '검수완박' 추진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따졌다. 노 지검장은 "특위를 구성하는 등 사전에 의견을 모으거나 국민들 뜻이 헌법 개정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하면 검찰이 이렇게까지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조선시대 사헌부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검찰 사례를 들며 검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지검장은 "조선시대 검찰인 사헌부는 왕과 권력자들에게 늘 눈엣가시와 같았고, 심지어 성군인 세종과도 갈등을 빚었지만 조선시대 500년 역사에서 사헌부 자체를 부정하고, 폐지한 이는 연산군 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선 문화대혁명 광풍이 몰아치던 중 검찰이 폐지돼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한 처벌을 받는 폐해가 발생했고, 결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다시 설치됐다"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그러면서 "현명한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대해)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하기를, 그리고 여야 의원들이 형사소송법학회, 헌법학회, 변협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도 살펴 신중히 입법을 추진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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