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이은해 현상금 걸어야...경험·돈·조력자 갖춰 오래 도주할 수도"

입력
2022.04.14 20:30
프로파일러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현상금 걸어야 하는 건 조력자 등에 효과 커"
"네티즌 마크스 합성 사진...피의자들 압박 클 것"

공개수배에도 불구하고 보름째 행방이 묘연한 '가평 계곡 사망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에 대해 "현상금을 걸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이은해의 오랜 범죄생활 경험, 도주하기 전 구했을 돈, 그리고 조력자가 있어 상당히 오랜 기간 은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상금을 걸여야 하는 이유로 "이은해의 조력자 등 주변 인물에 가장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표 소장은 13일 KBS1 '더 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탈주범 신창원 같은 경우 당시 전국의 15만 경찰이 잡으려고 특별경계근무를 섰지만, 2년 이상 잡지 못했다. 이 공개수배라는 게 사실은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잡히는 게 결정되는데 하나는 경험, 과연 범죄나 도주 이러한 범죄적인 생활에 얼마나 경험이 있느냐"라며 "두 번째는 돈, 숨어서 살아나갈 수 있는 신용카드를 안 쓴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 돈이 있느냐고, 세 번째가 조력자로 누가 도와주느냐다"고 설명했다.


표 소장에 따르면, 이은해는 청소년기부터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왔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달리 자기 명의의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경험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의 소환조사를 예정하고 있던 상태에서 도주 계획을 세우고 어느 정도 현금을 끌어모아 버틸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했다. 조력자 역시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

표 소장은 '검거를 위해 현상금을 걸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현상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주변 인물, 조력자들의 소위 말하는 배신, 수사용어로 '터닝'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범죄자 주변 인물들)이 그렇게 오랜 기간의 신뢰로 형성된 관계가 아니고 주로 이해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만약 거액의 현상금이 걸리고 신고 사실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제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상금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왜 현상금 안 걸었나

그럼에도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해 아직 현상금이 걸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검찰과 경찰 간 협력 부분과 관련이 있다고 표 소장은 밝혔다.

표 소장은 현상금이 걸리지 않은 건 "현재 정치적 상황과도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 간 관계가 상당히 안 좋다"면서 "과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병언씨가 공개수배됐을 때 수배 관서가 지금처럼 검찰이었고, 현상금을 내건 건 경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5,000만 원 나중에 5억 원까지 현상금을 올리는 등 과거에는 이렇게 해 왔었다"면서도 "지금은 수배 관서가 검찰이고 현상금을 내걸 수 있는 규정이나 예산들을 가지고 있는 건 경찰이다. 그런데 검찰 수배니까 경찰은 현상금을 내걸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함께 협력해서 현상금을 바로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표 소장은 네티즌이 이은해와 조현수 사진에 마스크를 합성해 배포한 것들 두고 "네티즌이 저렇게 합성을 해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는 도주한 두 사람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를 찾으려 하는구나, 이렇게 마스크 쓰고 변장한 모습까지 만들어서 서로 공유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아울러 조력자가 있다면 조력자도 커다란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만약에 조력자가 제보나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 검거되면 '범인은닉죄' 혹은 '사후공범죄'로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어서 심리적 압박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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