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맞잡았던 손을 뿌리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마무리된 새 정부 내각 인사에서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사실상 '패싱'당했다. 안 위원장이 칩거한 채 거취를 고민한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윤 당선인의 이날 발언엔 안 위원장을 달래겠다는 조급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남느냐, 떠나느냐. 안 위원장의 결단엔 많은 것이 달렸다. ①공동정부의 운명과 ②윤 당선인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대한 평가, ③보수 잠룡을 꿈꾸는 안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 얘기다.
누구보다 '성실한' 인수위원장이었던 안 위원장은 14일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오전 서울소방본부 방문, 오후 코로나특위 회의 등은 모두 안 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진행됐다.
이상 기류는 13일부터 감지됐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의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다. 내각 2차 인선 발표 직후여서 인사 불만 표출로 해석됐다.
안 위원장의 마음은 10일(1차 내각 인선·8명)과 14일(2차 인선·8명) 사이에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1차 인선에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는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을 던졌지만, 안 위원장 측은 "다음 인선안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의 사퇴를 말렸다고 한다.
14일 발표된 내각 명단에도 '안심'(안 위원장의 마음)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안 위원장도 윤 당선인의 공동정부 구성 의지를 본격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선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안 위원장 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왜 빠졌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없었다"고 했다. 안 위원장 측은 내각 명단을 미리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을 홀대했다는 얘기가 된다.
안 위원장마저 중대 결심을 한다면 인수위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윤 당선인은 "신의도, 협치 의지도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몸을 낮출 뜻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윤 당선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내각을 구성하면서)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이 분노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안 위원장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자 윤 당선인은 "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인사 추천을 받았고, 인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설명도 해 드렸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 조건이었다"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인수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수위를 떠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우선 공동정부 지분을 통째로 잃게 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또 철수한 지도자"라는 오명이 진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 당선인 역시 안 위원장의 손을 놔버리면 두고두고 비판에 시달릴 것이다.
두 사람이 극적으로 갈등을 풀 여지가 아직 남아있단 얘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안 위원장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