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부 장관 후보자... 한국노총 출신 30년 노동 전문가

입력
2022.04.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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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30년 넘게 한국노총에서 일한 정통 노동계 인사다.

윤 당선인은 이번 인선의 배경에 대해 "노동 현장의 풍부한 경험과 각종 위원회 활동을 쌓은 정책 전문성을 두루 겸비했다"며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로,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의 밑그림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대전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 학사, 숭실대 노사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한국노총에 몸담으며 기획조정본부장, 정책연구위원, 조사부장, 기획조정국장, 중앙연구원장을 거쳐 2014년부터 3년간 사무처장을 지냈다.

2017년에는 고용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는데, 노사발전재단이 창립된 후 노동계 출신이 사무총장을 역임한 것은 이 후보자가 처음이다. 재단 퇴임 이후인 2020년에는 삼성전자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작년 10월 한국노총이 만든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감사로 재직 중이다.

노동계는 예상 밖의 인사라는 반응이다.

우선 노동계 출신 장관은 2017년 김영주, 2002년 방용석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여소야대 등을 감안해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합리적인 노사정 관계를 추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전문위원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 등도 역임해 노사관계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동시에 이 후보자는 노동계 출신으로서는 보수적 인사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 내에서도 우측에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아왔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일방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을 교훈 삼아 학계나 정치권 인사보단 노조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인사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 지명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친기업 기조가 재확인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에서 노동 관련 규제 개혁을 추진한다면, 관련 경험이 적은 이 후보자의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 후보자는 "노사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 제도, 의식, 관행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노사 간 대립이 극단적인 부분은 사회적 대화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긴급한, 사회적 공감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