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지배에서 민주주의와 인류를 구하라

입력
2022.04.15 04:30
14면
신간 '하이프 머신'·'시스템 에러'
유토피아·디스토피아적 기술 미래 아닌
'합리적 기술 통제' 방안 모색 공통점

과연 메타(페이스북)만 해체하면 기술 사회의 혼돈이 정리될까.

현대사회의 맹목적 기술 추종은 어느샌가 개인정보 무방비 유출 등 급속도의 기술 발전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 기술 발전으로 빚어진 사회적 가치 파괴와 갈등·분열 유발의 주범으로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가 지목된다. 거대 IT기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부 정치인은 빅테크의 해체까지 말하는 시대다.

나란히 출간된 시난 아랄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하이프 머신'과 롭 라이히 등 세 명의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시스템 에러: 빅테크 시대의 윤리학'은 장밋빛 약속과 위험이라는 두 길 사이의 갈림길에 선 기술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이다. 디지털 시대를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적으로 규정하는 대신 합리적 기술 통제의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SNS 플랫폼은 어떻게 '선전·선동(하이프) 기계'가 됐나

'하이프 머신' 저자인 아랄 MIT 교수는 지난해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디지털 포럼에 초청 연사로도 참여한 세계적 데이터 과학자다. 책은 디지털 시대의 여러 단면 중 SNS의 명암을 분석한다.

아랄 교수가 '과장된 선전'을 뜻하는 하이프(hype)를 저술의 키워드로 잡은 것은 그가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 분석 연구로 인지도를 높인 것과 연관이 있다. 그는 'SNS에서 가짜 뉴스 확산 속도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빠르다'는 연구를 학술지에 발표해 유명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SNS가 만들어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하이프 머신'으로 명명한다.

20년 이상 SNS를 연구해 온 저자는 SNS를 선악 잣대로 구분하지 않고 "하이프 머신은 긍정적 힘의 원천인 동시에 어두운 면을 감춘 악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신경학 등을 동원해 하이프 머신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하이프 머신의 영향으로 초사회화 세상이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하이프 머신은 선거와 사생활 보호, 언론 보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긍정적 잠재력도 있다. 지구촌이 단절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SNS는 가족이 흩어지지 않게, 세계 보건 시스템과 경제가 계속 협력할 수 있게 해 줬다.

저자는 하이프 머신이 사생활 보호와 잘못된 정보, 혐오 표현, 선거 공정성 등의 문제에서 여러모로 실망을 안겨준 데 분노를 표하면서도 일부 정치인이 주장한 거대 IT기업 해체 등 극단적 해결책 제시에는 반대한다. 그러면서 SNS 플랫폼 기업과 정책 입안자, 일반 사용자의 협력과 SNS를 연구한 과학자의 데이터 분석 도움 등 세심한 대책을 통해 더 밝은 SNS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기술자도 윤리 강령 있어야

'하이프 머신'이 SNS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미래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이라면 '시스템 에러'는 IT 개발자가 지녀야 할 윤리와 인문학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세 명의 스탠퍼드대 교수는 실리콘밸리로 배출되는 많은 인재가 사회 이익을 위한 기술 진보가 아닌 성공적 창업에만 관심을 보이자 새로운 강의를 만들었다. 책은 기술 시대의 인문학적 논점을 다룬 이 강의가 바탕이 됐다. 저자들은 의료인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듯 기술과학자에게도 일련의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우선 효율성에 집중한 기술자들의 최적화 사고방식과 소수 기업의 독점이 만나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설명한다. 또 첨단기술의 결과물인 인공지능, SNS, 알고리즘, 안면인식 등이 현대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인간적 가치가 상실됐는지 짚어본다.

저자들은 '좋은 기술 vs. 나쁜 기술'의 담론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기술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기술자의 윤리적 문제와 함께 디지털 시민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주도록 이끄는 것은 민주주의의 역할"이라며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몫"이라고 말한다.

두 권의 책은 기술이 삶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실질적 해법을 떠올려 볼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 기술의 현재와 전망에 대한 실질적 접근을 지향하면서도 대안과 해법에 대해서는 다소 이상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기술 진보와 관련해 무조건적 칭송이나 비판을 넘어서 이제는 건강한 디지털 미래를 향한 현실적 접근이 절실한 시기임을 주지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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