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대량 살상한 러시아를 겨냥해 처음으로 ‘제노사이드(Genocideㆍ집단학살)’를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 데 이어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이는 분위기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州) 바이오연료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계 예산, 자동차 연료를 채울 돈은 독재자가 벌인 전쟁과 지구 반대편에서 벌이는 ‘집단 학살’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인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나는 이를 집단학살이라 부른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행위가 국제법적으로 집단학살에 해당하는지는 법조계가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내게는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끔찍한 행위와 관련된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우린 참상과 관련해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군이 인도주의 시설인 병원 등을 고의로 폭격하자 크게 분노하며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퇴각한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 등에서 민간인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된 뒤에는 “전범재판을 열어야 한다”며 발언이 한층 강경해졌다. 그러나 집단학살 규정에는 줄곧 신중한 태도였다. 법적 정의가 까다롭고 정치적 의미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집단학살’ 발언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할 뿐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총공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강도를 높이고 전쟁에 한층 더 개입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