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가 12일(현지시간) 일시적으로 빚을 갚지 못한다며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전까지 510억 달러(약 62조 9,000억 원) 규모의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피 난달랄 위라싱헤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부채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하드 디폴트(민간 채권단이 전면 손실을 보는 실질적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대외부채 지급을 일시 유예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지고 있는 외화는 연료와 같은 필수재 수입에 투입될 예정이다.
스리랑카의 디폴트 선언은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진 탓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민생 회복을 위해 통화량을 늘리고,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외화는 부족해지는 등 경기는 더 악화했다.
외화 부족은 식품, 의약품, 연료 등 필수품 수입에 차질이 생겼고, 민생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최대 도시 콜롬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야당은 대통령과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스리랑카 정부의 외화보유액은 19억3,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와 중국 등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9일부터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