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BTS, '보라해거스'로 그리는 미래 [종합]

입력
2022.04.10 04:31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보라해거스(보라해+라스베이거스)'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하이브의 '더 시티' 프로젝트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컨퍼런스 센터(MGM Grand Conference Center)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더 시티 - 라스베이거스 (BTS PERMISSION TO DANCE THE CITY - LAS VEGAS)' 하이브 더 시티 프로젝트 관계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8일부터 9일, 오는 15~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진행한다. BTS의 이번 투어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콘서트 플레이 파크'로 만들며 투어와 공연을 연계한 '더 시티' 프로젝트 때문이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해 공연장인 얼리전트 스타디움부터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곳곳에 쇼핑, 엔터테인먼트, F&B, 숙박 등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스폿(Spot)을 배치하며 팬들의 경험 확장을 도모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브와의 협업을 진행한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측은 "그간 글로벌 스타들과 MGM의 협업은 꾸준히 진행돼 왔으나 방탄소년단과 같은 규모로 (협업을) 준비한 것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규모 협업의 포문을 연 만큼 향후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은 하이브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크리스 발디잔(Chris Baldizan)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엔터테인먼트 총괄은 "우리의 목표는 이번 콘서트가 끝나고 난 뒤에도 아미(ARMY,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명)를 비롯해 하이브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향후) 아주 특별한 이벤트들도 준비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전역에서 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하이브 COO는 '더 시티' 프로젝트를 "하이브의 새로운 도전이자 그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김 COO는 "그간 공연에서 팬들이 느끼는 불편을 덜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해 왔다. 이제는 음악을 기반으로 한 IP가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음악 산업의 외연과 규모 역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새 프로젝트를 도입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더 시티' 프로젝트는 지난 2020년 봄 LA '맵 오브 더 소울' 투어에서 본격적인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 차례 무기한 연기 됐다는 설명이다.

의도치 않게 오랜 기다림을 거친 '더 시티' 프로젝트가 첫 출발지로 라스베이거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COO는 "당초 앞선 서울 콘서트에서 '더 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지만 코로나19 확산세 속 거리두기 정책 등의 제한으로 인해 어떠한 행사도 진행하기 어려웠다. LA 소파 공연 역시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각종 상황을 고려해 '더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이런 프로젝트를 재개할 수 있어서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 COO는 라스베이거스가 세계적인 쇼와 비즈니스의 중심인 만큼 이번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경쟁 이벤트가 다수 열리는 만큼 비용과 일정, 완성도 면에서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도전이었다. 기존 한국 네트워크와 통하지 않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어려움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도전이) 쉬운 지역부터 시작하지 않고 '끝판왕' 격인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더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브는 이들만의 아이코닉한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김 COO는 "라스베이거스 프로젝트는 '더 시티' 프로젝트의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개선점들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시티'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며 향후 하이브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자 한다. 프로젝트가 안정화 되면 각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감안해 다양한 레벨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향후 '더 시티' 프로젝트를 팬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아시아 지역 및 한국에서의 '더 시티' 프로젝트 확장에 대한 강한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각 국가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되 '팬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 지'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하이브가 구축한 다채로운 이벤트 스폿(Spot)들이 팬들의 다채로운 경험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팬들의 경험을 사업화 한 하이브가 오히려 팬들의 자율적인 경험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승석 하이브 IPX 본부 사업 대표는 "저희가 팬분들이 하는 모든 활동을 모두 수익화 하진 않는다. 신중한 접근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팬들이 공연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점들을 해소시켜 드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이번 콘서트에서 여행사와 연계한 패키지를 제공한 이유도 팬들의 불편함을 일부 덜어드리기 위한 시도였다. (팬들을) 통제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저희가 어떻게 팬분들을 통제하겠나"라고 적극 해명했다.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하이브의 '더 시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는 모양새다. 화려한 출발 속 거듭되는 발전을 예고한 새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기대를 걸게 된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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