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냐, 8월 전당대회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조기 등판설’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등판할지 말지, 가능성 논쟁이 아니라 ‘언제 다시 등장하느냐’는 시점 논의로 바뀐 것이다. 대선에서 진 후보는 보통 휴식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잠행 기간을 갖는다. 이례적 행보는 당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 민주당은 6ㆍ1 지방선거 열세 국면을 반전시키고 지지층을 한데 모을 ‘간판’이 필요하고, 이 전 후보도 자신과 가족의 ‘사법 리스크’를 상쇄할 보호망이 절실하다.
먼저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다. 경찰이 이 전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탄력을 받는 시나리오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같은 ‘갑옷’을 입고 있어야 수사기관이 쉽게 칼날을 들이댈 수 없다는 게 근거 논리다. ‘명심(明心) 경쟁’이 한창인 민주당 경기지사 출마자들이 주로 이런 주장을 한다. 조정식 의원은 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핀셋 보복 수사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는 진영을 짜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 전 후보의) 조기등판론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세력이 많아지면서 이 전 후보의 ‘예상 출마지’도 점점 늘고 있다. 조 의원의 지역구 경기 시흥을,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송영길 전 대표 지역구 인천 계양을이 대표적이다. 성남시장 차출설의 주인공 김병욱 의원의 성남 분당을도 거론된다. 민주당이 이달 말 지방선거 공천을 확정하면 예상 출마지는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는 4월 30일까지 사퇴하는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실시된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이 전 후보의 영향력을 확인한 탓인지 출마 명분 부족을 이유로 일찌감치 견제에 들어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법 리스크가 굉장히 큰데도 국회로 들어오겠다는 건, 면책특권 뒤에 숨겠다는 의미”라고 깎아내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 전 후보의 출마 가능성이 있는 분당을을 거론하면서 “저희 당 우세지역이라고 판단하는 곳”이라며 “강한 후보를 내면 이 전 후보도 고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전 후보 측근 그룹은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불체포 특권이라는 법적 안전판은 없지만,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정부가 ‘정적 탄압’으로 비칠 수 있는 야당 대표 수사를 망설일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또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친(親)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이 전 대표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는 친문재인계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측근들이 이 전 후보 진로와 관련한 공개 발언을 삼가는 까닭이다. 김남국 의원은 B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후보가) 정치 일정이나 이런 것은 고민하고 있지 않다”면서 “책을 읽고 조용히 고민하면서, 도움받았던 많은 국민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