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과학기술계 26년 숙원 푼다... "R&D 지원 제도 전면 개편"

입력
2022.04.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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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중심제도' 개편이 핵심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가 연구ㆍ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전면 개편한다. PBS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외부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를 충당하게 하는 제도로, 연구기관들의 성과 경쟁을 촉진할 목적으로 1996년 도입됐다. 인수위는 PBS가 도입 취지와 달리 과제 수주 경쟁이 과열돼 외려 성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높이고, 민간과의 인적 교류 확대가 개편의 초점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7일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정부 지원 과제인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백신 관련 연구 등에서 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국가 차원의 중요 연구 과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바꾸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6년 된 PBS 개편은 과학기술계의 숙원이다. 연구자들이 직접 과제를 따오도록 한 현 제도의 폐단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와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가 소속 회원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차기 대통령의 1순위 해결 과제로 PBS 폐지ㆍ개선이 꼽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연구자들이 인건비를 마련해야 하는 탓에 전공과 무관한 과제 수주에 매달리거나, 성과를 금방 낼 수 있는 단발성 연구에만 집중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PBS 개편을 포함한 국가 R&D 체계 재설계는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공약집에도 ‘PBS 개선 검토’, ‘국가적 장기연구 사업 추진’ 등 연구 지원 방향이 명시돼 있다. 국가적으로 달성해야 할 연구 사업의 경우 인력 및 예산을 중장기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인수위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인력 수급이 여의치 않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기업, 대학 등 민간과 연구기관 간 인력 이동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5일엔 과학기술교육분과 남기태 인수위원이 한국연구재단을 찾아 R&D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 국정과제로 국가 R&D 예산을 나눠주기식으로 배분하는 현재 방식 대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 등을 협의했다.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