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조직개편, '여름 이후'로 미뤘다... "지방선거 악재 피하자"

입력
2022.04.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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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이르면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단, 정부 조직 개편은 정권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이는 대통령인수위원회가 7일 ‘선(先) 내각 인선, 후(後) 부처 편제(18부 5처 18청) 개편' 방침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여성가족부 등 통폐합 대상 부처·기관의 수장도 일단 임명한 뒤 부처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이어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새 정부의 진용이 갖춰지는 시점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올해 9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를 비롯한 정부 조직 개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일시 정지’를 돌연 선언한 것에는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쟁적 이슈를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는 어차피 어려운 만큼, 지방선거부터 안전하게 치르고 보자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윤 당선인의 취임 초기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가부 장관 곧 지명… 중기벤처부는 존속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7일 "현행 정부 조직 체계에 기반해 조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내외 경제 문제와 외교ㆍ안보의 엄중한 사안을 고려해 민생 안정 등 당면한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인수위에선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새 정권 출범 이후에도 정부 조직 개편을 한동안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 인수위 기류다.

이에 따라 여가부 폐지는 보류됐다. 안 위원장은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조각 인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가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는 건 아니라는 게 인수위 입장이다.

개편 또는 폐지가 점쳐졌던 중소기업벤처부는 존속이 결정됐다.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옮길지,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길지는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거대 야당ㆍ현안ㆍ여론 감안한 듯… 결국 지방선거 감안한 결단


윤 당선인의 속도 조절은 지방선거 악재를 만들지 말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을 밀어붙이다가 민주당에 가로막히면 윤 당선인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충돌이 격해질 경우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여가부 폐지가 중도층 민심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윤 당선인은 정부 조직 개편을 놓고 민주당 등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해 소통·협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위원장은 "야당은 물론, 전문가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야당 의견도 충분히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국민들의 생각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은 가을쯤?... 역대 정부도 조직 개편 진통

역대 정권 출범과 정부 조직 개편이 매번 동시에 이뤄진 건 아니다. 다만 이번엔 '역대로 가장 늦은 정부 조직 개편'이 될 전망이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하계 정국인 데다 선거 후폭풍이 여의도를 휩쓸면서 국회 입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7, 8월 임시국회보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 조직 개편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공산이 크다. 인수위 관계자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도 정부 조직 개편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통일부와 여가부 폐지로 시끄러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두 부처 폐지를 철회하면서 정권 출범 사흘 전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됐다.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지식경제부(이후 산업통상자원부로 명칭 병경)로 이전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안은 정권 출범 25일 만에 입법됐다. 인수위가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선 임기 시작 71일 뒤에 입법이 끝났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