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내외 악재에서도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수확했다. 일찌감치 효자로 자리매김한 스마트폰과 반도체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7일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7조 원, 영업이익 14조1,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6%, 50.32% 증가한 규모다. 1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이고, 영업이익도 반도체 장기 호황 시절인 2018년 1분기(15조6,4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삼성전자 1분기 성적표는 증권가의 당초 예상치를 초과한 수준이다. 1분기는 전자업계엔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효과로 정보기술(IT) 수요도 감소했을 것이란 관측 속에 가져온 결과여서다. 지난 1일 기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75조823억 원에, 영업이익은 13조283억 원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월 출시한 '갤럭시S22'의 초반 흥행과 함께 D램 가격 하락세에도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대한 견조한 수요가 뒷받침하면서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가져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DS) 8조~9조 원, 스마트폰·네트워크사업 부문(옛 IM사업부문) 약 4조 원, 소비자가전 부문(옛 CE부문) 약 7,000억 원, 하만 부문 약 2,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깜짝 실적에도 삼성전자 주가에선 반등의 기미를 찾아보긴 어렵다. 한때 '10만 전자'까지 바라봤던 삼성전자 주가는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6만8,0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최저가로 마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주력인 스마트폰과 반도체 부문에서 감지된 이상 징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야심작으로 선보인 '갤럭시S22' 스마트폰의 경우 초반 인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와 관련된 성능 저하 논란에 신뢰도 측면에서 점수를 잃었다.
최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비메모리반도체 경쟁력에서 포착된 의구심도 걸림돌이다. 실제 반도체 위탁사업(파운드리)의 경우, 수율(불량률의 반대 개념) 문제에 발목이 잡힌 데다, 시스템LSI에서도 자체 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미국 퀄컴에 이어 대만 미디어텍에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영업이익이 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주가 상승 잠재력을 높이는 조치가 없다면 단기적으로 6만 원 중반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당분간 플러스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 또한 적지 않다. 일각에선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실적은 사상 최대치에 달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역대 연간 최고 기록까지 경신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근 한 달간 발표된 증권사 분석 보고서 12곳의 전망치 평균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은 321조 원, 영업이익은 62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기존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 기록은 지난해 279조 원이었고, 최대 영업이익은 2018년의 58조9,000억 원이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D램 시장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고 D램 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하락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