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붕괴 참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은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이 출자 예정자로 참여한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업정지 상태에서는 새로운 사업 수주가 불가능한데다 최악의 경우 서울시가 '사업자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한화·HDC컨소시엄은 지난달 28일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제1차 대표협상단회의를 진행했다. 잠실 마이스 개발사업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에 스포츠·문화시설과 업무·숙박·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복합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 민간투자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이 주관하는 한화·HDC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내년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컨소시엄 지분율 20%인 HDC그룹에 현대산업개발이 출자 예정자로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학동 재개발 현장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미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공사는 영업정지 중에도 시공이 가능하지만 신규사업 수주는 제한된다. 여기에 올해 1월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시협약 체결 전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출자자 교체를 요구하고 나설 여지도 있다. 잠실 마이스 개발사업 공고에는 '사업시행자의 파산 또는 부도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추진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주무관청은 지정 취소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 막 협상에 돌입한 단계라 앞으로 (현대산업개발의 행정처분) 관련 논의들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사업 시행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이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전에 돌입한 만큼 당장 내년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31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통상 3년가량 걸리는 대법원 판결까지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한화그룹 측도 현재 검토하고 있는 '플랜B'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실시협약 이전 사업 초기 단계라 아직 논의되거나 정해진 사항은 없다"면서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노력을 다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