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어린이집 원장이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훼손했더라도 영유아보육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울산 동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인 A씨는 2017년 11월 26일쯤 수리업자를 불러 CCTV 저장장치를 교체하고 기존 영상기록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원생 부모로부터 어린이집 담임이 아동학대를 한 것 같다며 영상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아동학대가 사실로 밝혀지면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이 취소될 것을 우려해 CCTV 기록을 지웠다.
검찰은 A씨에게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를 적용에 재판에 넘겼다.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CCTV 영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CCTV 영상을 분실당하거나 훼손당한 어린이집 운영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쟁점은 A씨가 영유아보육법이 규정한 '영상 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속하는지 여부였다.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스스로 영상 정보를 훼손하면 '영상을 훼손당한 자'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영상 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넓게 해석해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법조문을 확대 해석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CCTV 영상 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설치·운영자가 '영상 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유사한 조항에는 '개인정보를 훼손당한 자'와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별도 조항이 있는 반면, 영유아보육법에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스스로 CCTV를 훼손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유아보육법의 규정 태도는 '영상 정보를 스스로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유출한 자'를 형사처벌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