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과 전문성에 무게 둔 한덕수 총리 지명

입력
2022.04.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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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며 경제·안보 시대의 적임자로 한 후보자를 소개했다.

윤 당선인 언급대로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보수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4개 정부에서 중용돼 고위 공직에 두루 몸담은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한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선 국무조정실장·경제부총리·국무총리로 승승장구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이런 풍부한 이력과 전문성은 총리 직무를 수행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국정 경험이 부족한 윤 당선인으로선 한 후보자의 경험과 경륜을 통해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첫 내각을 안정적 궤도에 올리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과의 협치를 이끄는 역할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보면 국정 안정과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염두에 둔 무난한 총리 인선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신선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카드라고 하기는 어렵다. 노무현 정부 말기 관리형 총리에 가까웠던 한 후보자가 새 정부에서 얼마나 책임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 당선인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해 청와대 기능을 축소하고 분권형 책임장관제로 내각에 힘을 싣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회견에서도 차관 인사에서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같은 구상이 힘을 얻기 위해선 총리부터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책임총리제를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대독총리’ ‘의전총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여러 정부를 거치며 총리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한 후보자가 대통령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는 총리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