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맹비난하며 "남조선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 9월 남한의 '도발' 표현을 비판한 지 약 반년 만이다.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 파기 이후 남북 간 대치 구도를 만들어 7차 핵실험 등 후속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며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는 서 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군내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같은 날 별도 담화에서 '말폭탄'에 가세했다. 그는 "만약 남조선 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대남 정책과 군·군수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들의 '동시 겁박'은 여러 포석을 담고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가 '위임' 받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실렸음을 강조했다. '선제타격' 발언에 김 위원장이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흐르게 될 경우 남측에 책임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자의 분별 없고 도가 넘은 '선제타격' 망발은 북남관계와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서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후속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과 김일성 생일(4월 15일·태양절) 110주년 등을 계기로 '4월 도발'을 예고하는 성격이 짙다. 북한은 "핵 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인 동시에 7차 핵실험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최근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을 깬 북한은 핵실험을 도발 카드로 갖고 있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초고속' 복구에 나서면서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재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북한이 지난해 10월 복원한 남북통신연락선을 다시 끊거나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9·19 남북군사훈련합의서 파기 선언과 실제 행동을 통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고조로 높이고 대남 압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작업이 한층 더 빨라지거나 북한의 공식 남북대화 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도 현실화할 수도 있다.
북한은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를 전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했다. 공고한 남북대결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향후 어지러워질 수 있는 한반도 정세를 통해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거명하지 않았으나, 그가 언급했던 '선제타격'을 담화 소재로 삼은 점에서 새 정부를 길들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