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南, 심각한 위협 직면할 수도"... '7차 핵실험' 임박했나

입력
2022.04.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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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보유국 상대 '선제타격' 운운" 南 비판  
'강 대 강' 구도 책임 전가로 도발 명분 쌓기
"많은 것 재고"...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맹비난하며 "남조선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 9월 남한의 '도발' 표현을 비판한 지 약 반년 만이다.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 파기 이후 남북 간 대치 구도를 만들어 7차 핵실험 등 후속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北 당국자 '동시 겁박'으로 도발 명분쌓기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며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는 서 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군내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같은 날 별도 담화에서 '말폭탄'에 가세했다. 그는 "만약 남조선 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대남 정책과 군·군수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들의 '동시 겁박'은 여러 포석을 담고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가 '위임' 받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실렸음을 강조했다. '선제타격' 발언에 김 위원장이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흐르게 될 경우 남측에 책임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자의 분별 없고 도가 넘은 '선제타격' 망발은 북남관계와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서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후속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北 '핵보유국' 규정...4월 '7차 핵실험' 예고

특히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과 김일성 생일(4월 15일·태양절) 110주년 등을 계기로 '4월 도발'을 예고하는 성격이 짙다. 북한은 "핵 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인 동시에 7차 핵실험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최근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을 깬 북한은 핵실험을 도발 카드로 갖고 있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초고속' 복구에 나서면서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재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북한이 지난해 10월 복원한 남북통신연락선을 다시 끊거나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9·19 남북군사훈련합의서 파기 선언과 실제 행동을 통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고조로 높이고 대남 압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작업이 한층 더 빨라지거나 북한의 공식 남북대화 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도 현실화할 수도 있다.

대내 매체에 담화 게재...내부 결속 의도도

북한은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를 전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했다. 공고한 남북대결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향후 어지러워질 수 있는 한반도 정세를 통해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거명하지 않았으나, 그가 언급했던 '선제타격'을 담화 소재로 삼은 점에서 새 정부를 길들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