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당선인 부담을 더는 것”이라며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지 않고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윤석열 당선인의 총리 인선에는 속도가 붙게 됐지만 거론되는 후보 면면은 아쉬움이 크다. 당선인 측은 국민통합과 경제전문가에 방점을 두고 총리 후보를 물색하고 있으나 너무 구시대 인물로 제한돼 있다는 게 문제다. 후보 풀을 보다 넓혀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적임자를 찾기 바란다.
압축된 총리 후보자로는 한덕수 전 총리,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인수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서 내각 일원으로 일했거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이유만으로 ‘통합 총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민주당이 이들을 통합형 후보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일컬을 만큼 미래지향적이거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는 풍부한 통상 행정 경험이 인정되고 박 위원장은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10~2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안 그래도 인수위에 이명박 정부 출신들이 다수 포함돼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즌 2’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보다 시야를 넓혀 다양한 총리 후보를 발굴하기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가늠할 첫 인사다. 철저한 검증으로 도덕적 결함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지만 반드시 나이가 많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을 줄 아는 인물, 소통에 적극적인 인물이 국민통합과 정부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총리 후보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