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이른바 '옷값' 논란이 거세지며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상납받은 특수활동비(특활비)로 의상을 구입한 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이것이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다.
논란이 커지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30일 지난 5년 동안 김 여사의 의상 구입을 위해 "특활비가 단 한 푼도 쓰인 적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 퍼진 '2억짜리 까르띠에 브로치'에 대해서도 "꼬리(모양)가 다르지 않느냐. 국내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여론에는 "특활비 안에는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공개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을 만들면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전날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예산 사용한 적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법원은 지난달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청와대 특활비 및 김 여사의 의전비용 공개를 제기한 소송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청와대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옷값 논란은 국민적 관심사로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동안 김 여사가 착용한 코트, 재킷, 원피스 등 의상 178벌과 스카프, 브로치, 목걸이 등 액세서리 총 207개의 사진도 퍼지고 있다.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옷값 논란을 앞세워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며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 우리 정부는 아주 투명하게 다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특활비 내역을 공개해 털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탁 비서관의 해명에 대해 "(영부인의 옷장은) 남의 옷장이 아니라 국가 행사를 위한 국민의 옷장"이라며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는 것인데 개인 카드로 썼다면 공개하기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 비서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영부인 의상에 관한 지출 규정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기에 대해서 지출을 하지 않으니까 (규정이) 없는 것"이라며 "이미 박 전 대통령의 의상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많이 분노했고, 거기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여사님 의상 문제에 관해서는 '사비'로 진행한다라는 것을 원칙적으로 정해 이 정부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논란을 일으켰던 특활비에도 당연히 그런 항목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 이미 재판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임기 초부터 그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공유가 돼 애초에 어떠한 비용으로도 정부의 비용으로는 그런 옷값이라든지 사적 비용을 결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저에서 키운 "개 사료값도 대통령이 직접 부담"한다고도 했다. 사적 비용을 국가예산이나 특활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탁 비서관은 지난 5년 동안 김 여사의 의상 구입을 위해 "특활비는 단 한 푼도 쓰인 적이 없다"고 했다.
'정상회담이나 해외 방문 등 공식 활동 수행 시 대통령과 영부인의 의전비용은 행사부대 비용으로 최소한 지원한다는 청와대 발표에서 최소한 지원한다는 돈에 의상비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엔 "의전비용은 의상비를 제외한 여러 가지 활동비로 있을 수 있다"며 "이를테면 상대 측 실무 수행원에게 우리가 선물을 해야 하는 경우, 혹은 상대 측 정상이 뭔가 우리에게 별도의 요구를 해왔을 때 그에 대해 배려를 해줘야 하는 경우가 의전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의전비용이 옷값이다, 이거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말했다. '결국 (의상 비용은) 전액 사비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누리꾼들은 김 여사가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 제품으로 추정되는 '2억 원짜리 브로치'를 착용했다고 주장했다. 까르띠에 측은 해당 제품은 현재 판매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김 여사의 브로치가 한 영국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브로치의 가격은 2만 원가량이다.
탁 비서관은 이 브로치와 관련해 "이게 (까르띠에 제품과) 같은 걸로 보이신다는 게 더 놀랍다. 꼬리가 다르잖느냐. 꼬리가"라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김 여사가 착용한 해당 브로치는 국내 한 디자이너가 개인적으로 작업해서 상품으로 내놨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디자이너는 한 언론사를 찾아가 자신이 만든 브로치라며 항의를 했다고 한다.
탁 비서관은 "(그분이) 반영이 안 됐다고 무척 분통해 하시더라"며 "저희야 나서서 얘기하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브로치가) 육안으로도 다르고, 또 실제로도 디자인 한 분이 따로 있는데 그거를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럼 이미테이션, 즉 짝퉁을 착용했다는 것이냐'는 지적에는 "그러면 그 디자이너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발언이 될 것"이라며 "만약에 그렇다면 까르띠에에서 그 디자이너와 소송을 벌이든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탁 비서관은 '영부인 의상을 사비로만 부담했다면 특활비 공개 못 할 이유가 있느냐, 왜 항소했느냐'는 지적에 "지금 특활비라는 게 청와대만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회도 있고 검찰청도 있고, 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들을 다 공개할 수 있는 법률로서 정하든지, 그리고 이를테면 특활비에 옷값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특활비를 공개하면 옷값 문제가 털린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제가 청와대의 특활비 사용 문제로 (박근혜 정부 때) 수사받고 재판받고 경험한 입장에서 먼저 공개하는 게 적절한 처신"이라며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더 화를 크게 불러일으키고 형사처벌 문제까지 야기한다"고 청와대가 특활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여옥 전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부인의 옷장은 늘 문이 열려 있어야 마땅하다"며 "남의 옷장이 아니라 국가 행사를 위한 국민의 옷장"이라고 언급했다. 전 의원은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청와대가 심상찮은 민심에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면서 "아무것도 밝힐 수 없는 것인데 개인 카드로 썼다면 공개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했다.
탁 비서관은 이에 "특활비 안에도 여러 가지 항목들이 있고 그중에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거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와 또 심지어는 그 문제를 제기했던 국회조차도 특활비 공개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국회에서 상의해서 국민적으로 특활비 공개에 대한 요구가 높으니 모두 다 공개합시다, 이렇게 하면 그러면 그걸 (공개) 안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탁 비서관은 '김 여사의 옷값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무대응하다가 보름이 지나서야 사비로 구입한 거라고 말했는데, 그럴거면 더 빨리 말하지 그랬나'라는 지적에 "개인이 개인 돈으로 옷을 사 입고 그것을 왜, 대통령 부인이라는 위치 때문에 계속 해명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공금이나 특활비 등 유용된 혐의가 있다거나 무슨 증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걸 왜 얘기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정부를 운영하다보니 여러 가지 공개할 수 없는 이유들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해야 한다면 그것을 법적으로 규정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가 판단할 때는 공개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입장 정리를 한 것인데, 공개하라면 그것은 (법적 규정)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면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