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 도발시 차량서 지휘하며 국방부 이동?... '통의동 대통령' 딜레마

입력
2022.03.26 09:00

새 정부 임기 초반 '통의동 경유'가 확정된 가운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안보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이용 배제 방침이 확고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동용 차량 지휘소'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여론 설득에 나섰지만,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靑 지하벙커 해체 수순... 유사시 '국가지도통신차량' 쓴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따른 긴장 고조에도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어떤 경우에도 '청와대를 100%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뜻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안보 문제와 집무실 이전 문제를 연동시킬 근거는 없다"고 단언한 배경이다.

이에 청와대 지하벙커에 위치한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새 정부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부로 완전 해체된다. 더 이상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수 없고 철저히 '관람용'으로만 남는다는 뜻이다. 김용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은 25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청와대 개방 후 수일 내로 지하벙커 안의 정보시스템이나 특수 장비를 제거하겠다"며 "다만 불능화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재활용하도록 이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지하벙커의 해체 시 북한 도발 등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면 새 대통령은 국방부 벙커로 향해야 한다. 통의동에서 용산까지 이동하는 시간에 지휘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김 부팀장은 '국가지도통신차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화상회의 체계와 국가지휘망, 재난안전통신망을 갖춘 미니버스 크기의 차량으로, 비상시엔 차량 내에서 화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제작해 운영하고 있어 바로 인계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김종대 "차량과 초현대식 벙커, 비교 대상 아냐"

하지만 북한 도발의 고도화와 안보 위기 및 재난 상황에서 종합 대응이 가능한 청와대 시스템을 해체한 채 ‘임시 비상용’ 차량을 활용한다는 구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방 출장 시 통신 보장을 위해 마련한 차량과 60개의 시스템이 깔린 초현대식 청와대 벙커는 비교대상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 때 현대화한 국가 자산을 다 뜯어내는 건 너무 불안하고 즉흥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신중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4일 북한의 ICBM 도발로 재난 위기 대응 체계가 새 정부 안보 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급부상하면서다. 장 비서실장은 "실무 차원에서 이런 것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국민 안위를 지키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생중계하듯 발표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