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담보로 돈 빌려 놓고 양도… 대법 "사기 아냐"

입력
2022.03.25 11:30
"변제 의사나 능력 없었다 보기 어려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해당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했더라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배임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차용 당시 해당 주식을 제3자에게 이중 양도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편취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2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주식 1만2,500주를 담보로 B씨에게 5,000만 원을 빌린 뒤 해당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A씨가 B씨에게 돈을 빌릴 당시 16억여 원의 빚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가 없다고 봤다.

A씨는 두 달 동안 돈을 빌리는 대가로 연 30% 이자를 매월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상환 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주식 소유권을 B씨에게 넘기는 내용도 담아 금전소비대차 및 주식양도 담보계약을 체결했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 1주의 가격은 6,118원으로 7,600만 원 상당의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돈을 갚지 못했고, 해당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버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돈을 빌리면서 충분한 담보를 제공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돈을 빌릴 당시 이미 16억 원이 넘는 빚이 있는 등 처음부터 변제 능력과 의사가 없다고 봤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점 역시 유죄 판단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A씨가 담보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했다는 사정만으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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