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네 문장 퇴원 인사 중 두 차례 "많이 회복"… 현충원 들러 사저로

입력
2022.03.2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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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넉 달 만에 퇴원
박근혜 정부 인사 총출동해 박수로 마중
부친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소 찾아 참배
대구 사저로 이동… 대국민 메시지 낼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퇴원했다. 지난해 11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병원 치료를 받아온 지 4개월여 만이다. 병원 앞에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건강이 많이 회복됐음을 강조하는 짧은 인사말을 했다. 이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대구에 마련한 사저로 향했다.

밝은 표정으로 거듭 "많이 회복됐다"

남색 코트와 베이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이날 오전 8시 32분쯤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3번 출구 앞에 나타났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말은 네 문장이었다. "많이 회복됐다.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많이 염려를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 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이 육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2017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후 5년여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거취나 계획이 정해진 게 있냐' '국민 여러분께 하실 말 있냐' '대구 사저에만 계실 거냐'는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차량에 탑승해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소가 있는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했다.

병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박 전 대통령의 퇴원 현장을 지켜봤다. 한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난하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 등 경호 인력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모(68)씨는 "먼발치에서나마 박 전 대통령을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퇴원을 계기로 잃어버린 명예와 건강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민경욱 유기준 허태열 유정복 윤병세 한민구 이정현 윤상직 함진규 등도 퇴원 현장에 자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다. 현직 의원 중엔 국민의힘 윤상현 박대출 윤주경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으로 보좌했기 때문에 마중나오는 것은 당연히 인간된 도리"라며 "당시 보좌진과 함께 빠른 시일 내 대구 사저를 찾아뵙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가석방된 최경환 전 부총리는 "무슨 말씀을 드리겠냐"며 언급을 피했다.

현충원 부모 묘소 참배 후 사저로

오전 9시쯤 현충원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부모님 묘소를 찾아 짧게 묵념하며 참배했다. 그는 6분가량 이곳에 머물다 차량을 타고 대구 달성군 사저로 이동했다.

환영 인파는 이곳에도 몰려들었다.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근혜 대통령 축하합니다" "무궁화꽃 다시 핀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하세요" 등이 쓰여진 깃발과 피켓을 흔들었다. A(70)씨는 "대구 사저에 가지 못해 현충원에 왔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이념 논리가 적용된 당시 탄핵 결정은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묘소 참배객 서명대에 방문 소감을 적었다는 김모(70)씨도 "옥고를 치르느라 고생하셨고, 건강과 명예회복을 기원한다"며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31일 구속됐다가 지난해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12월 31일 0시를 기해 사면·복권됐다. 지난해 11월부턴 수감 중 건강 악화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대구 달성군 쌍계리에 있는 사저를 매입해 지난달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사저에 도착해 재차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김재현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