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화했다. 향후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간 전쟁 범죄 해당 여부를 놓고 군사적·외교적 긴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는 현재 입수 가능한 정보에 근거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판단은 공개되거나 첩보로 입수 가능한 정보를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판단의 근거로 “러시아군이 아파트와 학교, 병원, 인프라, 민간 차량, 쇼핑센터, 구급차를 공격했고,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죽거나 다쳤다”면서 “러시아군이 파괴한 많은 장소들은 민간인이 사용 중이라고 명확하게 인식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 및 주민 대피소로 사용한 극장 공습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6일 하늘에서 러시아어로 ‘어린이’라고 적어 놓은 민간인이 대피한 마리우폴 극장을 공습했다. 블링컨 장관은 “포위당한 마리우폴 당국자는 22일 기준 마리우폴에서만 2,400여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미국의 공식 판단은 러시아에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쟁 범죄 혐의에 관해서는 관할권을 지닌 재판소가 특정 사건에 대한 책임을 밝혀야 한다”며 “우린 형사 기소 등 사용 가능한 모든 도구를 활용해 그 책임을 뒤쫓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전쟁범죄 및 잔혹행위에 대한 실태 파악 및 관련 자료 수집을 진행해왔다. 미국은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을 통해 사법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의 이번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특별정상회의에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것과 맞춰 이뤄졌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을 강화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