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은 총재 '진실 공방'…국민은 안중에 없나

입력
2022.03.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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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정권 인수인계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인사카드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반발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한은 총재 내정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에서 “한은 총재 인사가 선물이 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다”며 협의 과정까지 공개했지만,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도리어 “동의할 수 없는 인사”라며 반발했다. 인수위 주변에서 이 내정자가 후임 한은 총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던 점에 비춰보면 청와대가 당선인 측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후보자를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당선인 측에서 절차상 문제로 갈등을 키우는 것은 유감스럽다.

당선인 측에서는 도리어 한은 총재 내정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청와대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청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구 지도자 회동 무산의 또 다른 요인이었던 감사위원 선임 문제 또한 협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 목적이 당선 인사라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 조건에 대한 협의는 필요가 없다. 청와대가 한은 총재 내정을 통해 먼저 손을 내민 만큼 당선인 측도 화해의 손을 뿌리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갈등도 일단 만나서 해법을 모색하면 된다. 윤 당선인이 안보공백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문 대통령도 이전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예비비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한 발씩 양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