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야근→하루 휴무→재투입… "새 정부, 의료체계 붕괴 방지가 급선무"

입력
2022.03.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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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인수위 앞에서 대책 촉구 회견
"BCP 지침에 의료진 3일 격리 후 바로 재투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 위기 상황을 수습할 대책을 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면서 정부와 합의한 '9·2 노정합의'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이행할 것을 인수위에 주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체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증언했다.

병실 부족이 대표적 사례였다. 넘치는 확진 환자를 이송할 병실이 없어 확진자와 일반 환자의 분리조차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이철종 원주연세의료원 간호사는 "몇몇 비확진자들은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확진 환자들과 같은 화장실과 세면대를 쓰고 같은 공간에서 치료받고 있다"며 "환자들 항의에 의료진은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내놓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BCP는 의료진 감염 확산에 대비한 병원의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이다. 최근 정부 지침엔 확진 의료인의 격리 기간을 단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주요 병원들은 원래 7일인 격리 기간을 BCP 2단계(5일) 또는 3단계(3일) 수준으로 격상한 상황이다.

이철종 간호사는 "의료진이 3일 격리 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다시 환자를 돌보는 게 일상"이라며 "매일 의료진 20~30명이 확진되면서 발생하는 업무 공백 속에, 5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 직원들이 하루 휴무하고 곧바로 근무에 투입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나경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는 "현행 BCP 지침상 '일반병동의 코로나 환자 관리' 항목을 보면 기저질환이 두세 개씩 있는 일반 환자 옆에서 확진 환자를 같이 돌보라는 얘기"라며 "지금도 원내 감염으로 의료진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 지침이) 의료 현장 감염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 의료진 확진 증가세와 그 여파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전체 직원의 5, 6%가 확진돼 격리 중이고, 누적 격리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그 비율이 20~30%에 이른다. 이로 인해 병실 운영이 60~70% 수준으로 축소되고 수술이 하루 평균 22%가량 취소되는 등 환자들이 제때 수술·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파행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회견을 마치고 인수위에 의료체계 붕괴 비상대책 마련과 9·2 노정합의 이행의 국정과제 채택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나순자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협의체를 새 정부 제1호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공공의료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9·2 노정합의를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해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