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92일 만이다. 누적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을 넘은 게 지난달 6일이었으니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900만 명의 추가 확진자가 쏟아진 것이다. 전파력이 강하다는 오미크론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확진자 폭증으로 하루 사망자도 연일 300명대를 넘어서고 있다. 확진자 폭증이 차츰 반영되기 시작하면 다음 달쯤엔 하루 사망자 수가 600~9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오미크론 변이에도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건 확진자 규모 자체가 워낙 불어나서이기도 하지만, 원래 다른 병을 앓고 있던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어나서다. 사망자 수를 줄이려면 기저질환자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2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5만3,980명, 누적 확진자는 993만6,540명이라 밝혔다. 이날 오후 9시까지 확진자는 47만5,276명에 달해 누적 환자 수는 1,041만1,81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달 여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확진자 1,000만 명을 너끈하게 넘어선 것이다.
확진자 폭증은 위중증 환자,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진다. 실제 사망자는 이날 0시 기준 384명으로 지난 17일 429명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런데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1,104명이었다. 엿새간 1,000명대 초반에 머물렀다. 위중증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착시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흡기에 문제 있는 위중증 환자가 아니라 '중환자 전체 규모'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위중증 환자로 집계된 이는 1,104명이지만 이날 가동 중인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914개였다.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감염과 다른 중한 질병이 겹쳐있는 경우가 800여 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또 사망자 급증 효과도 있다.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해도 사망자로 인해 병상이 비게 되면 위중증 환자 수치는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들어 계속 300명대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들이 위중증 환자 통계에서 빠지다보니 어느 날엔 위중증 환자 수치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 현재 실제 중환자는 1,700~1,800명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망자 관리는 이달 말쯤이 고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300명대 사망자 규모는 이달 초 20만 명대 확진자 규모를 반영한 것이고, 앞으로는 40만~60만 명대 확진자 규모를 반영한 사망자가 쏟아진다는 얘기다. 이 경우 전문가에 따라서는 하루 사망자를 최대 900명 정도까지 예상하기도 한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확산 이후 사망자들의 경우 절반 이상은 기저질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자체는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낮지만, 다른 중병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들의 경우,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0시 기준 사망자 384명만 해도 이 가운데 약 280명은 기저질환 악화에 따른 사망이라고 설명했다.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오미크론인지, 아니면 지병인지, 아니면 두 가지 요인의 복합적 작용인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기저질환자가 오미크론의 약한 고리라는 얘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기저질환에 따른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선 원래 갖고 있던 기저질환의 치료가 원활하게 제공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며 의료계와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자의 상태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건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빨리 발견해 빨리 치료하는 것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다"며 "고령의 기저질환자는 일단 장기 기능이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먹는 치료제 투여도 더 빨라져야 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먹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쓰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늦어도 24일까지 MSD(머크)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병상 대란이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의료자원의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관리에 의료자원이 다 빠져나가 약 부족 현상까지 벌어진다"며 어느 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