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믿는다면 뭐든 할 수 있다”…美 최초 '흑인 여성' 대법관 탄생 임박

입력
2022.03.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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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인사청문회  21~23일 개최
공화, 송곳 검증 예고·상원 여야 의석수 50대 50
흑인으로서는 세 번째, 여성으로서는 여섯 번째



“부모님은 그들이 마주했던 수많은 장벽보다 제가 갈 길이 더 명확하다고 가르쳤습니다.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 믿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6월 퇴임하는 스티븐 브라이어 미국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51) 대법관 후보는 21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판사로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중립적 입장에서 판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법에 따라 해당 사실을 적용하고 해석할 것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잭슨 후보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연방법원 판사들의 재판연구관을 맡았다.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했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맡긴 데 이어, 지난달 25일 브라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했다.

그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 대법원 233년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 기록된다. 또 흑인으로서는 세 번째, 여성으로서는 여섯 번째 대법관이 된다. 잭슨 후보는 이날 청문회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연방판사가 된 민권운동가 컨스턴스 베이커 모틀리 판사처럼 대법원 전면에 새겨진 ‘법 아래 평등한 정의’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도록 하는 데 내 경력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관건은 상원 인준 여부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잭슨 후보의 과거 판결을 거론하며 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상원 법사위 공화당 간사인 척 그래슬리 의원은 “공화당이 후보자를 존중하겠지만, 잭슨 후보의 법철학과 관련해 엄격한 질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잭슨 후보는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재임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당시 백악관 기록을 의회에 공개하라는 명령에 항고하자, 이를 기각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화당엔 잭슨 후보는 마뜩잖은 인물인 셈이다.

현재 상원 법사위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각각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상원 의석수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어 그의 인준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다만 잭슨 후보는 이미 세 차례나 상원 인준을 통과한 경험이 있다. 진보 성향인 잭슨이 대법관이 돼도 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6대 3’의 비율에는 변화가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탄생만으로도 열세인 대법원 내 진보 진영에 새 활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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