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고택·정원… 구례 ‘인생사진’ 명소는 여기

입력
2022.03.22 17:00
21면
섬진강대숲, 쌍산재, 천개의향나무숲, 지리산치즈랜드

산수유로 시작된 구례의 봄은 이달 말 벚꽃이 피면 절정에 달한다. 어디나 봄기운이 충만하고 셔터만 누르면 ‘인생사진’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르는 사진 명소는 따로 있다.

최근 가장 뜨는 곳은 ‘섬진강대숲’이다. 구례 읍내로 들어서는 17번 국도와 맞붙은 섬진강변에 위치한다. 대숲 사이로 약 500m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대나무 사이로 푸른 강물이 어른거리고, 대숲과 강물 사이 바싹 마른 갈대와 억새 군락이 눈부시다. 산책로 곳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지 끝에 매달린 댓잎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녹색 숲에 선선한 바람이 사각거린다. 몸도 마음도 절로 치유되는 쉼터다.

산책로를 따라 설치한 조명시설이 유일한 흠이다. 구례군은 야간에도 대숲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하는데, 시커먼 전신주와 전선이 몹시 거슬린다.

마산면 지리산 기슭 상사마을에 200년 오씨 고택 쌍산재(雙山齋)가 있다. 한옥 숙소로 알음알음 소문난 이 집은 tvN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으로 전국적 명소가 됐다. 쌍산재는 단순한 한옥 숙소가 아니라 잘 가꾼 정원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채우지 않은 공간마저 멋스러운 비결이다.

입구의 관리동을 지나면 바로 대나무와 차나무가 빼곡한 오솔길이 이어지고, 길을 통과하면 드넓은 잔디밭이 나타난다. 돌담 주변에 산수유와 매화가 화사하고 히어리와 천리향 향기가 은은하다. 푸르름을 맞이한다는 영벽문(映碧門)을 열면 작은 저수지가 봄빛을 가득 머금고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1만 원)에 차 한 잔이 포함돼 있다. 고택 마루에서 한옥의 멋과 함께 그윽하게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광의면 들판에는 ‘천개의향나무숲’이 있다. 자연에 동화된 삶을 꿈꾸는 부부가 20년 가까이 가꾸고 있는 정원이다. 향나무뿐만 아니라 은목서와 금목서, 황금측백 등 향과 색이 돋보이는 상록수, 시각적 포인트를 더하는 매화와 수국 등도 섞여 있다. 은은하게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미로처럼 연결된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나무 그늘 아래 다양한 형태의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고, 앙증맞은 조각물도 숨어 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한가로운 포즈를 연출해도 좋은 곳이다. 입장료는 5,000원이다.




산동면 산수유마을 가는 길의 지리산치즈랜드도 조용히 ‘구례 SNS 핫플’로 뜨는 곳이다. 젖소를 기르는 초원목장 일부를 개방했다. 낮은 언덕을 따라 조성된 초지 앞으로 구만저수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초지 일부에 심은 수선화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녹색 초원과 노란 수선화, 푸른 저수지가 어우러진다. 치즈 만들기와 송아지 먹이주기 체험은 코로나19로 중단한 상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13세 이하 2,000원이다.

구례=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