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현대하이페리온A 2,142.3 대 1,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681.8 대 1, 용두동 청계센트럴포레 233.8 대 1.
최근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인 오픈메타시티에서 이뤄진 메타버스 아파트들의 분양 경쟁률이다. 실물이 아닌 가상 아파트이지만 이들의 경쟁률은 실제 청약 경쟁률을 훨씬 웃돌았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의 실제 청약 경쟁률은 89.5 대 1, 용두동 청계센트럴포레는 평균 53.45 대 1이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재현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다. 메타버스의 부동산 투자는 실물이 아닌 가상 부동산을 사고판다. 게임처럼 재미로 시작된 가상 부동산 거래이지만 수익 모델이 결합되면서 투자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 픽스올, 디센트럴랜드 등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거래를 제공하는 업체들에 이어 국내에도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타랙스, 식신, 위에이알, 엔비티, 오픈메타 등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준비 중인 국내 업체가 5개사에 이른다.
메타버스의 가상 부동산 투자는 크게 두 가지다. 픽스올의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의 '디센트럴랜드'처럼 가공의 세계를 만들거나 구글의 '어스2', 국내 오픈메타의 '오픈메타시티', 메타렉스의 '메타렉스', 식신의 '트윈코리아', 위에이알의 '클레이랜드', 엔비티의 '세컨서울'처럼 실제 국가나 도시를 가상 공간으로 옮긴 경우다.
이들은 메타버스에서 각 지역을 사각형 모양의 조각인 '셀'로 쪼개 팔거나 건물 단위로 거래한다. 어스2나 메타렉스, 트윈코리아, 세컨서울 등이 셀 또는 타일로 메타버스 토지를 쪼개서 판다. 트윈코리아는 지난달 서울 강남, 신촌, 용산 등 38개 지역을 셀당 10만 원에 1차 분양했는데 1분 만에 모두 마감됐으며 최근 경기 판교와 분당, 용인, 과천,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의 2차 분양을 시작했다.
시범 서비스 중인 오픈메타시티는 서울에 실존하는 아파트를 메타버스에서 분양한다. 다음 달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곳은 시범 기간인데도 두 달 만에 이용자가 12만 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김도웅 오픈메타 개발총괄 이사는 "사람들의 아파트 투자심리가 메타버스에 그대로 반영돼 가상 아파트의 분양 경쟁이 치열하다"며 "인기 지역의 경쟁률이 올라가며 비인기지역까지 덩달아 올랐다"고 말했다.
2주 간격으로 서울의 각 구를 돌며 아파트를 분양하는 이 서비스는 용산, 동작, 동대문, 도봉, 서대문구 아파트를 1차 분양했다. 아파트 청약은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면 7일 동안 주는 청약권 110장을 받아 신청하면 된다. 우남영 오픈메타 디자인총괄이사는 "1월에는 청약권 1장만 있어도 분양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용자가 늘어 청약권 20장을 넣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메타버스 등기부인 가상 부동산 소유권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제공한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실소유자와 상관없이 메타버스 내 아파트는 다른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다. 김 이사는 "나중에 임대와 매매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어서 가상 아파트 소유자들이 세를 주거나 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부동산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장치들을 따로 제공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암호화폐다. 어스2와 세컨서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메타버스 부동산 서비스들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나 포인트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판다. 이용자들은 나중에 해당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가격 등락에 따른 시세 차익과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김 이사는 "오픈메타시티도 다음 달 가상 아파트의 NFT 소유권을 사고파는 NFT 거래소를 열 계획"이라며 "NFT 거래소에서 OMC라는 자체 암호화폐로 가상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돼 메타버스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더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 감안해 구글의 어스2도 기존 신용카드 외에 암호화폐를 이용한 부동산 구입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결국 메타버스 부동산-NFT-암호화폐가 하나의 축을 이뤄 돌아가는 셈이다. 우 이사는 "암호화폐, NFT와 연결된 메타버스 부동산이 뜰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가상 자산이지만 실물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산권이다. 메타버스의 가상 부동산 소유권은 재산권 침해는 아니지만 실제 건물과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메타버스에 만들면 건축가의 디자인, 즉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파트너 변호사는 "메타버스 내 부동산 매매는 실소유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재산권 침해는 아니다"라며 "다만 건물 디자인은 건축사무소나 건축가가 저작권을 갖고 있어 메타버스에 실제 건물과 똑같은 모양의 가상 부동산을 매매하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물 디자인 복제도 음악 복제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구글은 이런 문제를 피하려고 어스2에서 건물이 아닌 땅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