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 명산이다. 지하철로 갈 수 있으니 접근성에서도 으뜸이다. 경전철 우이신설선 화계역, 4·19민주묘지역, 솔밭공원역과 종점인 북한산우이역에 내려 조금만 걸으면 북한산 등산로나 둘레길에 닿는다. 정상인 백운대(836m)까지 가려면 땀 꽤나 흘려야 하지만, 크게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코스도 다양하다.
서울관광재단은 걷기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비경을 간직한 구간으로 북한산둘레길 3코스 ‘흰구름길’을 추천한다. 독립운동가 이준 열사 묘역 입구의 국립통일교육원 앞에서 출발해 화계사, 구름전망대, 북한산생태숲으로 이어지는 4.1㎞ 코스로 약 2시간이 걸린다. 숲길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다. 중간중간 계단이 있지만 경사가 심한 편은 아니다.
이 길의 핵심은 구름전망대다. 오솔길 끝에 12m의 높이로 우뚝 솟은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 강북과 노원 일대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북한산과 불암산의 웅장한 능선이 펼쳐진다. 전체 구간이 부담스러우면 화계사에서 바로 가는 방법도 있다. 화계사 일주문 옆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20분 남짓 걸으면 구름전망대에 도착한다.
솔밭근린공원에서 운영하는 ‘근현대사 추리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좀 더 재미있게 북한산의 역사 명소를 찾아갈 수 있다. 강북구는 3월 말부터 이곳을 거점으로 북한산 둘레길 1~2구간에 걸친 ‘근현대사 추리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솔밭숲속문고에서 배부하는 안내서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의 부제는 '사라진 열쇠를 찾아라'다. 둘레길 1~2구간에 숨겨진 인물과 역사적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코스 ‘조선독립숙의도의 비밀’, B코스 ‘헤이그의 밀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솔밭공원 인근 산자락에는 3·1만세 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과 손병희·신익희·김병로·이준 등 독립운동가들의 묘지, 국립4·19민주묘지 등이 흩어져 있다. 지난해 하반기 3개월간 운영한 이 프로그램에 700여 명이 참가했고, 이 중 66%가 가족 단위였다. 아이와 함께 대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어서다. 솔밭근린공원은 도심 평지의 자연 솔숲으로 수령 100년가량의 소나무 1,000여 그루가 울창하다. 실개울, 생태연못, 산책로, 운동 시설, 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다.
둘레길만으로 아쉬운 이들에게는 대동문 코스를 추천한다. 4·19카페거리의 백련공원지킴터에서 출발해 진달래능선을 지나 대동문까지 오르는 2.7㎞ 코스로,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백련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돼 진달래능선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특히 마지막 100m는 깔딱 고개라 할 만큼 숨이 차다. 진달래능선에 닿으면 머리 위로 시야가 트인다. 4월 초·중순이면 진달래가 곱게 피어 일대가 분홍빛으로 물든다.
북한산 꼭대기까지 가는 최단 코스는 백운대탐방지원센터를 거치는 등산로다. 1.9㎞,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코스가 짧아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출발부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백운대대피소부터는 거대한 바위로 이어지는 암봉 구간이다. 경사가 가팔라 등산로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매달리듯 올라야 한다. 힘든 만큼 보상이 크다. 정상 부근 넓은 바위에 앉으면 발아래로 서울의 도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