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불 사상 역대 최장기록을 세운 울진ㆍ삼척산불이 진화됐으나 주민들은 피해의 상당부분을 자부담으로 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재난지역 선포로 지자체 부담은 줄었지만, 민간분야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두천리 도로변에서 발생, 213시간여 동안 서울 면적(605㎢) 30%가 넘는 2만923㏊(울진 1만8,463㏊, 삼척 2,460㏊)를 태우고 진화됐다. 주택 319채를 비롯 창고 농기구 등 643개가 소실됐다.
피해는 경북에 집중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불로 14일 현재 219세대 33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 319채, 창고 152동, 축사 21동, 비닐하우스 31동에다 식당 5개소, 마을회관도 4개소나 불에 탔다. 울진에서 불탄 건축ㆍ구조물만 560개 동에 이른다. 벌통도 2,693군이나 불에 탔다.
화재 직후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임시 대피했던 이재민 중 110여 명은 덕구온천리조트로 임시 거처를 옮겼다. 나머지는 원래 거주지에 가까운 마을회관이나 펜션, 모텔, 친지 집에 기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울진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0일 범정부차원의 산불피해 수습ㆍ복구지원책을 발표했다. 피해조사기간을 연장, 20일까지 조사결과를 토대로 복구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경북도도 울진 현지에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장지원단을 설치하고 피해조사, 이재민대책, 농축산지원, 구호성금ㆍ건강지원 분야별 지원반을 구성해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우선 이재민들에게 24㎡ 임시조립주택을 최장 2년간 제공키로 하고 주택 피해가 가장 큰 북면 신화2리에 20동, 죽변농공단지에 100동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 정지작업도 완료했다. 임시조립주택은 냉난방시설과 수도, 싱크대, 화장실, 전기레인지 등을 갖추고 있어 일상 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울진군은 이재민 생활안정을 위해 생계비와 주거비, 구호비 등을 지원키로 했다.
또 축산 양봉 송이채취 등 농축산 피해농가를 위해 종자 무상공급, 저리 융자, 조사료 지원 등 입체적인 지원에 나섰다. 농기구마저 불탄 농민을 위해 농기계임대사업소의 농기계를 우선적으로 무상 임대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가장 피해규모가 큰 건축물과 송이밭 소실에 따른 지원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방 2개에 거실, 주방, 화장실 등 기본적으로 재건축하더라도 억대의 건축비가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은 전파 1,600만 원, 반파 800만 원뿐이다. 나머지는 저리라곤 하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융자나 직접 건축비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울진은 영덕에 이어 국내 2번째 송이 주산지이지만, 산불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직접 재배가 아닌 채취형태인데다 소득 증빙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동안 산불로 인한 송이 피해보상은 전례가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소나무 뿌리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 송이는 산불이 난 뒤 다시 나려면 30년은 걸리기 때문에 송이채취 농민은 폐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63)씨는 “땅 속에 균사체 덩어리가 남아 있지만 소나무가 죽으면 끝”이라며 “송이로 아들딸 공부시키고, 온 식구 먹고 살았는데 이젠 앞이 안 보인다”고 울먹였다.
울진군은 14일 피해현장을 방문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송이 피해농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선 재건축 대신 최장 2년 뒤 임시조립주택을 저렴하게 매입해 원래 집터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며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