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의 뇌관으로 부상한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여성정책이 모두 사라지는 게 절대 아니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자신이 윤 당선인 캠프에서 공을 들인 여성 안전에 관한 공약이 사법 공약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것만 지킬 수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하고 살기 좋은, 여성들이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특정 성별, 특정 젠더에 대해서만 보호적인 특혜로 여겨질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야 하느냐는 문제 지적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여가부는 (부처 운영과정에) 과실이 존재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피해호소인이라고 박대를 했다거나 등의 원죄가 있었다"면서 "피해 당사자를 지원해야 하는데 위안부 할머니들 지원이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는 이런 문제를 외면한 채 부처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여가부가 관할한 여성 정책을 각 부처가 직접 맡는다고 강조했다.
먼저 사법 공약의 절반이 여성과 아동 안전에 관한 공약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①보호수용 가석방제는 성범죄자가 피해아동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가가 제공하는 기숙사 같은 곳에서 야간에 관리되는 제도"라며 "제가 그동안에도 조두순 사건과 연관해서 입법을 시도하다가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여서 불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②디지털 성범죄에서 잊힐 권리를 끝없이 보장한다. 영상물 삭제뿐만 아니라 주민번호 즉시 발급, 신변 보호 등을 공약했다"고 덧붙였다. ③현재 여가부 산하 여성인권진흥원이 담당하는 성범죄 영상물 삭제 역시 법무부로 이관해 계속 지원한다. 이 교수는 "피해자 지원을 법무부에 넘기게 되면 그전보다 더 못할 것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애당초 관련 경비는 벌금 예산에서 나오는데, 법무부 예산으로 편입된다.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원금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④만성적 성폭력, 아동 폭력에 대비해 '통합 가정법원'을 운영하는 공약도 있다. 이 교수는 "여성 폭력은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만성 폭력"이라며 "지금까지는 (가정법원에서) 일반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야만 성범죄자 형사재판을 할 수 있었다. 통합 가정법원은 피해자 보호처분도 하고, 형사처분도 하기 때문에 즉시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 수년간 여성단체가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2030세대의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기업의 성별 임금현황 분석 등 노동 정책은 고용노동부가 직접 챙긴다. 이 교수는 "여가부에서 하는 것보다 고용노동부가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공약집에는) 1년 육아휴직 주던 것을 1년 반씩 주고, (육아휴직) 지원금도 높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반페미'로 낙인찍힌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선거 캠페인으로 오해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캠페인 시간이 제한돼 공약이 유권자에게 도달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게 래디컬 페미니즘의 기본"이라며 "지금은 대결 구도, 적대주의로부터 넘어서야 하는 시점이 온 거다. 국민통합으로 가려면 그런 차원의 구조적 인식을 이제 더 이상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인데, 설명이 빈약했다는 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조직 내 여성분과가 따로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양성 평등이 목표가 되는 각종 업무를 각 부처에서 하게 될 것"이라면서 "헤드쿼터로써 통합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성별 간 통합을 이뤄야 하니까 통합위원회를 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제가 제일 크게 걱정했던 건 혐오주의"라며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정부조직법이 개편되고 그것을 위해서 민주당과 협치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 본인의 인수위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그런 제안은 받지 않았다"면서 "개강을 해서 강의 중이라 제안이 와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