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멜리토폴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운 시장이 친(親)러시아 반군에 끌려가 구금됐다. 러시아군에 협력하지 않고 저항한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강력 규탄했다.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는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플 시장이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 쓴 채 무장 반군들에게 붙잡혀 시청사 밖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미국 CNN방송은 자체 분석 결과 이 영상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인ㆍ관료가 러시아군이나 친러시아 반군에 체포된 건 처음이다.
러시아 지원을 받는 동부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인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 검찰은 페도로프 시장을 테러 범죄 혐의로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페도로프 시장이 돈바스 주민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에 자금을 댔다는 주장이다. 페도로프 시장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페도로프 시장이 러시아군에 협조하지 않고, 집무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계속 걸어놨기 때문에 체포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페도로프 시장 구금은 납치이자 민간인을 인질로 삼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상 연설에서 “페도로프 시장 구금은 어느 한 인물이나 사회, 국가에 대한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범죄”라며 분노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침략자들의 나약함을 보여준다”며 “러시아는 시민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멜리토폴은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자포리자주(州)에서 두 번째로 크다. 러시아군은 개전 사흘째인 지난달 26일 이곳을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