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17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 군당국이 11일 북한이 최근 두 차례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정체를 2020년 공개된 화성-17형으로 최종 판단하면서다. 당시 이상하리만치 덩치가 큰 ICBM의 등장에 ‘가짜’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북한이 실전 성능 시험에 나서면서 현실적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기존 ICBM인 화성-15형과 비교해 외형이 눈에 띄게 커져 ‘괴물 ICBM’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실제 화성-17형의 길이는 화성-15형(21m)보다 늘어난 22~24m로 추정돼 현존하는 ICBM 중 가장 크다.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대(TEL)도 11축22륜으로 화성-15형용 TEL(9축18륜)과 차이를 보였다. 지나치게 비대한 데다, 발사 시험도 하지 않아 공개 당시에는 ‘모형 미사일’이라고 의심한 군사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빌미 삼아 화성-17형 성능을 시험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이제 관심은 실전 운용 가능 여부에 쏠린다. 우선 기술적 진전이 뚜렷할 경우 화성-17형은 1만3,000㎞ 넘게 날아갈 수 있다. 미국이 이 미사일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도 자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인 탓이다. 미사일 단수도 화성-15형(1단)보다 늘어난 2단이고, 탄두부 형상 역시 핵탄두 2, 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MIRV) 탑재’ 형태로 진화했다. 복수의 핵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훨씬 위협적이다.
엔진 성능과 관련된 직경도 커졌다. 미사일을 밀어 올리는 힘, 즉 ‘추력’을 증대하기 위해 연료와 산화제가 더 많이 주입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대미압박’ 목적이 분명한 ICBM을 더 높이, 더 멀리 쏘아 올리는 기술 향상에 주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전 배치의 관건은 탄두를 목표지점까지 운반하는 ‘대기권 재진입’과 ‘후추진체(PBVㆍPost Boost Vehicle)’ 등 고난도 기술을 확보했느냐다. PBV는 1, 2단 추진체보다 더 오래 연소하면서 탄두를 실은 재진입체를 서로 다른 투하 지점에 정밀 유도하는 장치로, 북한의 획득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또 재진입 기술은 미사일이 대기권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지가 열쇠인데, 두 차례 시험발사의 고도와 비행거리를 보면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군당국이 당초 해당 시험발사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결론 내린 것도 이에 근거한다.
다만 일부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은 있다. 한미가 조만간 북한이 재차 정찰위성을 가장해 ICBM 최대사거리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유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2017년 ICBM 발사 후 4년여의 시간이 흐른 만큼 북한이 보다 향상된 기술을 갖췄을 것”이라며 “연초부터 계속 미사일을 쏘면서 ICBM 정상 가동에 필요한 조건을 맞춰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