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면서 사법부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당선인 임기 5년 동안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교체되고,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 전원도 바뀐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 뜻대로 모든 법관 인사를 관철하긴 어렵겠지만, 사법부 내 보수 색채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내년 9월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내년 9월 6년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총 3명의 대법관을 윤 당선인에게 제청하게 된다. 김재형 대법관은 올 9월 임기가 만료되고, 내년 7월에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이 물러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복수의 후보자 중 1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대법원장 자리에 '코드'가 맞는 인물을 앉히면 대법관 구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선 김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향후 1년 4개월 동안은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지만, 임기 중후반부터는 새로운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부 내 '진보 색깔'을 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 후임으로 2023년 9월 부임할 신임 대법원장은 2024년 1월 퇴임하는 민유숙·안철상 대법관 후임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노정희·이동원·김선수 대법관, 12월 김상환 대법관, 2026년 3월 노태악 대법관, 9월 이흥구 대법관, 2027년 5월 천대엽 대법관의 후임을 임명 제청한다. 오경미 대법관 임기는 2027년 9월까지로, 차기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결국 현재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윤 당선인 임기 중 새 얼굴로 바뀌고, 이 가운데 9명은 윤 당선인이 임명할 신임 대법원장을 통해 교체된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의중에 따라 사법부 수뇌부 색깔이 확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도 고영한·박병대·차한성 등 보수 성향 법관을 대거 중용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도보수 성향 대법관 인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서울대·50대·남성' 위주의 대법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 전원도 윤 당선인 임기 중에 모두 교체된다. 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 돼 있고,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한 인사를,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검찰 출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출신 대법관은 지난해 5월 퇴임한 박상옥 전 대법관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중에는 검찰 출신 인사는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