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볼 트레이 바꾸고, 친환경 공장 짓고...크라운해태의 ESG 노력

입력
2022.03.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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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 플라스틱 트레이 친환경 소재로
전력 사용, 이산화탄소 줄인 공장 신축
국악 중심 예술경영, 고급 문화 소비자 양성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부드러운 과자 속에 달콤한 초콜릿을 숨긴 '홈런볼'은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즐기는 과자다. 모티브는 슈크림빵이라는데 해태제과가 1981년 출시했으니 홈런볼의 나이도 어언 40세가 넘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국민 과자'라 불릴 만큼 인기는 여전하다. 2020년 홈런볼 하나가 올린 매출이 9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커졌고,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과자를 담는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도 생겼다. 이에 크라운해태그룹은 1년여간 연구에 몰두해 친환경 대체 소재를 개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홈런볼이 기존 플라스틱 트레이가 아닌 친환경 트레이에 담긴다.



1년간 트레이 연구..."친환경 소재 적용 실험 중"

13일 크라운해태에 따르면,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시점은 올해 9월이다. 친환경 공장으로 건설하는 해태제과 아산공장이 새로운 홈런볼을 생산한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아예 트레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크라운해태는 제품의 안정성을 위해 친환경 소재 트레이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크라운해태는 "홈런볼은 트레이가 없으면 슈 과자 파손으로 초콜릿이 흘러나와 서로 엉겨붙게 된다"며 "트레이는 유지하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가 핵심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대체 소재 연구는 지난해 초부터 약 1년간 이어졌다. 생분해 플라스틱부터 다양한 종이 재질까지 소재별로 교차실험을 통해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검증한 끝에 연말에 종이류로 소재를 결정했다. 올해 초부터는 실제 제품 적용 실험이 진행 중이다. 아직 완제품 생산 단계가 아니라 크라운해태는 대체 소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트레이를 바꾸면 연간 700여 톤의 플라스틱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태제과 신축 공장도 친환경적으로

새로운 홈런볼이 탄생하는 곳도 신축되는 친환경 공장이다. 크라운해태는 450억 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 연면적 1만4,000㎡(약 4,2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해태제과의 주력 제품인 홈런볼, '에이스', '후렌치파이'가 생산될 예정이다. 연간 최대 생산 능력은 2,200억 원 규모다. 해태제과 공장 중 가장 크다.

아산공장은 처음부터 최신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공장을 표방했다. 공장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연간 2억 원 상당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형 유틸리티로 전기 사용량을 기존 대비 20% 이상 줄이고 저(低)녹스 친환경 보일러가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게 크라운해태의 설명이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친환경 요소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공장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국악' 앞세운 행복경영...국악 저변 넓힌다

크라운해태의 사회공헌 철학은 '고객과 함께하는 행복경영'이다. 본업인 과자와 예술의 소통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과 행복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도입한 'AQ(Artistic Quotient) 경영'을 기업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음악(국악) 미술(조각) 문화(시) 등 3대 문화예술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국악이다. 크라운해태는 2004년부터 대표적인 국악공연인 '창신제(創新際)'를 민간기업 최초이자 국악 부문 최대 규모로 주최하고 있다. 명인들의 전통 국악공연부터 서양음악, 대중가요 등을 선보이는 퓨전 국악까지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2012년 창신제에서는 관객 3,500명 앞에서 임직원 100명이 판소리 '사철가' 공연을 했는데, 국악 애호가인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 직접 떼창을 이끄는 도창자로 나서기도 했다.

크라운해태는 2007년 국내 최초 민간 국악관현악단 '락음국악단'도 창단했다. 락음국악단은 한국과 해외에서 1,500회 넘는 공연을 열어 누적관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2010년부터는 '대보름명인전'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국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서울 남산국악당의 노후 설비도 세계적인 수준의 설비로 교체했다. 2017년부터는 남산국악당에 '크라운해태홀'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국악 영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국악 영재 공연인 '영재국악회'를 2015년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남산국악당에서 연다. 어느덧 136회를 맞았다. 그간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쳤다.

7년째 이어진 영재국악회는 대부분의 학교에 국악팀을 신설하게 할 정도로 국악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영재국악회는 미래 국악 명인을 키우는 기회의 장"이라며 "또한 어릴 때부터 국악에 친숙해지도록 해 고급 국악 소비자를 키워내는 역할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