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그리는 지속가능한 미래 '친환경 철강사'

입력
2022.02.20 15: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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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최첨단·친환경 설비가 갖춰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최첨단·친환경 설비가 갖춰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우분(소의 똥)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200만 톤 정도 나온다. 대부분 퇴비로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악취와 함께 연간 200만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퇴비를 줄 농경지가 줄었고, 규제 강화로 퇴비화 자체가 만만치 않아 축산농가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 같은 우분의 재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우분으로 고체연료를 만들어 사용하면 축산폐기물 재활용은 물론 수입 유연탄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감축하는 환경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분을 수거해 모으는 것부터 문제였고 고체연료 제조의 난관, 경제성 등을 넘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상용화가 지연되다 드디어 결실을 맺는 단계에 도달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와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업을 통해 고체연료 생산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르면 올해 말 우분 고체연료가 철을 뽑아내는 제철소의 고로(高爐)에 투입된다. 현대제철이 우분 연료화 검토에 착수한 지 9년 만이다.

철강사가 반도체 폐수 슬러지, 커피박 재활용

탄소 중립은 전 세계적인 화두다. 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사들에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현대제철 또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철강사하고 어울리지 않는 반도체 폐수 슬러지(침전물)와 원두에서 커피를 짜내고 남은 찌꺼기(커피박)를 재활용하는 것도 그중 일부다.

20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시 발생하는 폐수 슬러지를 제강 공정의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삼성전자 등과 함께 완성했다. 제강 공정에는 쇳물 속 황이나 인 같은 불순물을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이 사용되는데, 폐수 슬러지에 포함된 플루오린화칼슘(CaF₂)이 형석과 유사한 성분이라는 점에 착안해 공동 연구한 결과다. 지난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폐수 슬러지에서 뽑아낸 30톤의 형석 대체품으로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형석은 전량 남미와 중국 등에 의존하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은 매년 2만 톤의 형석을 수입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폐수 슬러지 재활용품을 적용했고 앞으로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멘트공장으로 보냈던 폐수 슬러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폐수 슬러지는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전체 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광고 인증샷 이벤트 포스터. 현대제철 제공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광고 인증샷 이벤트 포스터.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2018년 환경부, 인천시, 환경재단 등 10개 기관과 함께 시작한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도 이어오고 있다. 원두의 99.8%는 커피박이 돼 버려진다. 국내에서 매년 나오는 커피박은 13만 톤에 이르지만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매립이나 소각된다.

커피박 재자원화는 건조한 뒤 가공한 커피박 반제품을 연필, 화분, 머그잔, 인테리어용 벽돌 등 제조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커피박 재자원화 시스템 모델을 구축했고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취약계층이 제품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카페 180여 곳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월 15톤의 커피박이 재활용된다.

경쟁사와 물류 협력하고, 임직원은 기부금 모아 사회공헌

지난해 8월 복화운송 시범운항에 투입된 현대제철 전용선에 열연코일이 선적돼 있다. 현대제철 제공

지난해 8월 복화운송 시범운항에 투입된 현대제철 전용선에 열연코일이 선적돼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양사의 제철소가 있는 평택‧당진항과 광양항 간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는 '물류 협력강화 및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양대 철강기업이 탄소를 줄이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양사는 철강제품을 하나로 묶어 나르는 '복화운송'을 지난해 24만 톤 규모에서 앞으로 60만 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년 차에 절감한 연안해운 운임은 3~6%로 추산된다. 향후 물량이 늘어나면 추가적인 운임 절감이 가능해진다.

또한 첫해에만 선박 운항횟수가 현대제철은 월 1, 2항차, 포스코는 2항차가 줄어 연간 3,000톤 규모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했다. 이는 소나무 54만 그루를 새로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현대제철 임직원들도 탄소 감축과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열성적이다. 지난해 식목일에 맞춰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한 숲도 이런 활동의 하나다. 현대제철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잠실대교 남단 한강공원 내 약 330㎡(100평)를 할애받아 팽나무, 해당화, 조팝나무, 화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었다. 여기에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이 활용됐다.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지난해 4월 잠실대교 남단 한강공원에 조성한 숲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지난해 4월 잠실대교 남단 한강공원에 조성한 숲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2005년부터 임직원들이 기부를 하면 회사가 동일 금액을 더하는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기금을 적립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임직원들은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희망의 집수리', 장애인 및 화재 취약계층을 위한 소화기 기부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철을 이용한 예술작품 제작 기회를 제공하는 'H아뜰리에' 등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임직원이 조성한 기금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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