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줄 알았던 룸메이트… 알고 보니 흉포한 범죄자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3.18 10:00
12면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악몽의 룸메이트'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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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방이나 집을 가족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절친한 친구라도 같은 공간에서 살면 몰랐던 생활 습관을 알고 실망하거나 다투게 된다. 일면식 없던 사람과의 공동 생활은 갈등의 소지가 더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렴한 임대료 등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위태로운 ‘동거’를 감수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악몽의 룸메이트’는 사람의 선의를 믿었다가 인생 최악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 사연을 소개한다.

①친절한 동네 할머니의 숨은 과거

첫 번째 에피소드는 1980년대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다. 도러시아 푸엔테가 중심인물이다. 푸엔테는 넉넉한 인심으로 평판이 좋다. 불우한 사람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친절을 베푼다. 한 사회복지사는 노숙자 한 명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푸엔테에게 위탁한다. 잘 지내는 듯하던 노숙자는 어느 날 사라진다. 사회복지사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경찰은 사회복지사의 요청에 따라 푸엔테 집 뒷마당을 정밀 수색하고,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다.

푸엔테는 과거 꽤 악명 높던 범죄자였다. 술집 등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몰래 약을 먹여 금품을 강탈한 전과 등이 있다. 경찰은 푸엔테 집 뒷마당에서 시신 1구를 발견하는데, 푸엔테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다. 경찰은 믿을 수 없어 뒷마당을 샅샅이 뒤지고, 도시는 충격에 빠진다.

②조용하거나 사교적인 범죄자

‘악몽의 룸메이트’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너무 조용한 성격이다. 푸엔테는 일부러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려 했고, 화사한 드레스를 즐겨 입었다. 인자하게 보여서 상대방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범죄자 유세프 케이터 역시 겉보기엔 친절하고 사교적인 인물이다. 유쾌하고 열정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이라면서 자신의 동족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는 레바논계다. 케이터는 칠레 산티아고의 유스호스텔에 장기 투숙하며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K. C. 조이는 정반대다. 방값을 아끼고 싶던 피해자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듯 보이는 조이를 룸메이트로 받아들인다. 알고 보면 폭력적이고 소유욕과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③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악몽의 룸메이트’는 시청자의 공감을 바탕으로 스릴을 제조한다. 친절해서 금방 친해진 낯선 이가 본색을 드러냈을 때 당황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어서다. 함께 생활하기에 상대방을 당장 밀쳐내지 못하다 악몽과도 같은 상황에 처하는 과정 역시 수긍하기 마련이다.

경찰이 범죄자들을 신문하는 장면이 유독 섬뜩하다. 범죄자들은 억울하다거나 자신이 관련 없다면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때로는 눈물을 글썽인다. 이미 그들이 범죄자란 사실을 알고 그들의 행동, 표정을 보기에 소름이 끼친다. 애니메이션으로 사건을 재현하는 방식은 이 다큐멘터리의 특징이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자회사인 블룸하우스 TV프로덕션이 제작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하지만 에피소드별로 이야기 전개 방식이 비슷해 뒤로 갈수록 흥미를 떨어트린다. 범죄자를 타고난 악인으로 묘사하는 점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범죄자가 자란 배경, 그가 범죄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이 배제돼 평면적인 권선징악 영화를 보는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