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200달러 유가설 ‘퍼펙트스톰’… 국내 물가도 천장 뚫렸다

입력
2022.03.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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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예측 무색" 연일 급등세
원·달러 환율도 1년10개월 만에 1,230원 넘겨
고유가·고환율 겹쳐 소비자물가 급등 부채질

연일 악화되는 우크라이나 전황의 여파로 국내 물가에도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날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주력 수입품인 국제 원유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악재가 동시에 우리 경제를 강타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날 장중 한때 8.4% 오른 배럴당 129.44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입 금지를 발표하자, 수급 불안 우려에 국제유가가 또다시 크게 뛴 것이다. 영국도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를 단계적으로 수입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향후 각국이 러시아산 원유 대체물량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지금보다 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 제재 조치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7일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300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까지 엄포를 놨다.

국내 원유 수입물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5% 남짓으로, 당장 직접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급등하는 국제유가에 따라 국내 공업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고스란히 소비자물가 불안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환율 급등도 국내 물가에 치명적인 요소다. 8일 원·달러 환율은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237.0원까지 치솟았다. 급등세를 우려한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설 정도지만, 시장에선 환율이 조만간 1,250원까지 뚫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높여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린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한번에 겹치면서 국내 물가는 당분간 상한선을 점치기 어려울만큼 ‘시계제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5개월 연속 3%대 중후반을 찍은 물가상승률이 4%대를 훌쩍 넘어 예상 밖 수준까지 치솟을 경우, 살얼음판을 걷는 경기 회복세를 꺾어버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물가불안 요인 상당수가 대외변수인 탓에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등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정도가 아직은 전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