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지지 후보의 당선을 염원하는 투표 인증 사진들로 빼곡했다. 손가락 모양이나 옷 색깔로 자신이 투표한 후보를 드러내는 식이었다. 고심 끝에 선택한 후보는 달랐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만은 같았다.
9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는 '기표 도장이 찍힌 손' 또는 투표소 안내판을 배경으로 한 인증 사진들이 게재됐다. 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지지후보를 상징하는 색의 의상을 준비하거나, 그러지 못한 경우 해당 색상의 사인펜이라도 준비해 투표소로 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은 파란색 옷, 마스크, 신발을 착용하고 1번을 상징하는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엄지에 파란색 매니큐어를 칠해 온 사람도 있었다. 공통 해시태그는 '#내가만든1' 또는 '#대한민국을파랗게물들이자'였다. 한 이 후보 지지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혐오를 없애기 위해" 그를 뽑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은 사람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손가락 '브이(V)' 또는 손가락 하트로 2번을 표시했다. 손등에 기표 도장을 두 개씩 찍어 온 지지자들도 많았다. 공통 해시태그는 '#2번엔2긴다'. 이들은 "악몽 같은 5년이 지나갔다"며 정권교체를 염원하거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언급하며 이 후보를 "상습적 거짓말, 상투적 쌍욕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가수 데프콘(45·본명 유대준)은 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파란색과 빨간색이 똑같은 비율로 배합된, 동시에 노란색을 곁들인 옷을 입고 투표를 인증해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 때도 푸른색과 붉은색이 절반씩 섞인 옷을 입어 '투표 인증의 올바른 예'라는 우스갯소리로 언급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한 인증 사진을 찍거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벽보·선전시설물 등의 사진을 배경으로 투표 권유 문구를 함께 적어 게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촬영장소는 투표소 밖이어야 하고, 입구 등에 설치된 포토존·표지판 등을 활용해 찍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감안해 맨손 도장 대신 직접 제작한 인증지에 기표 도장을 찍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돌 팬덤 중 일부는 좋아하는 아이돌 '포카'(포토카드)에 도장을 찍었다. 일부는 지난 사전투표에 이어 투표확인증을 발급받아가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날 SNS를 이용한 막판 투표 독려에 열을 올렸다. 이 후보는 오전 페이스북에 "아직도 세 표가 부족하다. 투표하면 이긴다"며 투표일에 가능한 선거운동 방법을 안내했다.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실시된 4, 5일에도 여성 이용자가 많은 이른바 '여초 커뮤니티'나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오후 1시쯤 "현재 투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지 않으면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다"며 주변 지인들에 적극적으로 투표를 독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심 후보는 페이스북에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묘소를 참배하는 사진을 올리며 "이번이 양당정치의 마지막 장이 되기를 바라는 시민들께서 기호 3번에 소신투표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