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소방본부 등이 지역 마을에 보급한 비상소화장치가 이번 산불 확산 차단에 효과를 톡톡히 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서 하나가 넒은 면적을 맡고 있는 지역 특성을 잘 반영한 장비로 재확인됐지만, 확대 보급엔 예산 문제로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8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옮겨 붙자 동해시 승지골 주민들은 마을에 설치된 6개 비상소화장비로 물을 뿌려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주민들이 사용한 비상소화장치는 불이 나면 소화전과 같이 호스를 꺼내 직접 물을 뿌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지난 2019년 4월 고성과 속초, 강릉 옥계, 동해 망상 등지를 덮친 산불 이후 초기진화와 확산을 늦추기 위해 도입된 설비다. 강릉과 고성, 양양, 동해 등 산불이 잦은 강원 동해안엔 모두 820개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돼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강릉 주문진읍 산불도 비상소화장치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강원소방본부의 설명이다. 대당 1,000만 원의 설비가 큰 피해를 막는 역할하고 있는 셈이다.
각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비상소화장치지만, 확대 보급은 더딘 실정이다. 예산 문제 탓이다. 강원도는 3년 전 동해안 2,880곳에 관련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예산 288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부는 2년 전 국비 35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보급률이 당초 계획의 30%를 밑돌고 있는 이유다.
강원도 관계자는 "동해안의 경우 봄철 강풍이 잦은 데다, 지리적으로 진화인력과 장비가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설비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이 잦은 곳의 지형적인 특성과 기후변화를 고려해 초기진화 설비를 확대하고, 건축 규정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