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휴대폰 금지는 행동의 자유침해?

입력
2022.03.08 19:00
25면

편집자주

판결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판결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진다. 판결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주목해야 할 판결들과 그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눈뜨는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휴대폰을 가까이한다. 많은 개인정보가 들어 있어 수사기관들조차 가장 관심 갖는 판도라 상자와도 같다.

자동차 운전할 때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된다. 물론 긴급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 범죄신고처럼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예외사유 없이 운전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면 4~7만 원가량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켰다. 미국에선 뉴욕주가 2001년 운전하면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 최초의 주가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6월 운전할 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 것은 합헌이라고 했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2018년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범칙금 통고서를 받았으나 납부하지 않았다. 경찰서장은 지방법원 판사에게 즉결심판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10만 원의 벌금을 납부하라는 약식명령을 했다. 청구인은 범칙금만 납부하면 될 것을 벌금 10만 원을 내야할 상황이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는 휴대폰의 사용형태에 따라 운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나 휴대폰 사용의 편익을 불문하고 모든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에 맞춰 합헌결정을 했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교통사고 발생빈도를 높여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휴대용 전화를 단순 조작하는 경우에도 전방주시율,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등이 저하되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 다만 안전 운전을 위한 휴대폰 사용은 허용된다. 지리안내 영상, 긴급한 상황을 안내하는 영상, 자동차 등의 좌우 또는 전후방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영상이 표시되는 범위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지난 2010년에는 군에 입대한 청년이 5주간의 신병훈련기간 동안 전화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단기간의 훈련기간 동안 전화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합헌이라고 했지만, 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임에는 틀림없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는 즉시 그 위험 제거에 나서야 한다. 특히 자동차로 인한 위험을 제거하는 활동이 그렇다. 서울 전역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조정하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성에 관한 자료는 많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혈중알콜농도 0.08% 이상이면 운전면허 취소사유다. 따라서 운전 중 휴대폰 조작은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음주나 흡연장면을 감추듯이, 운전 중 전화하는 장면도 내보내면 안될 것이다. 위험사회에서 안전의 확보는 국가의 단속업무 강화나 엄한 처벌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기술문명의 발전으로 도로는 날로 위험해지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소중해졌다. 스스로 자제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안전의식이 사회공동체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2021년 10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여 운전하는 경우에는 휴대폰 사용도 허용하고 있다. 첨단기술에 우리의 생명을 맡기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