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의 한국 면제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 대열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 맞불을 놓았고, 우리 정부도 러시아 조치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는 8일 공동 성명에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미국의 러시아·벨라루스 제재 규칙의 FDPR 면제국가 목록에 대한민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어 “한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및 뉴질랜드와 함께하게 됐으며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FDPR 적용 면제를 통해 강력한 수출통제를 이행하기 위한 다자간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FDPR는 제3국에서 생산됐더라도 특정한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제재 대상으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이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미국 제재에 보조를 맞춰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에 나선 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한국은 뒤늦게 제재에 동참해 면제를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해왔다. 면제를 받지 못하면 국내 주요 산업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동참 노력과 미국의 러시아·벨라루스 FDPR 면제국가 목록에 한국을 포함하는 결정은 한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과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미국 측이 송부한 57개 수출통제분류번호(ECCN) 목록을 전략물자관리시스템에 공지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에 7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하고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EU 회원국,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만, 우크라이나 등 48개국이 포함됐다.
러시아의 비우호국가에 포함되면서 △비(非)우호국 출신 비거주자의 외화송금 한시적 금지 △대외채무 루블화로 지급 가능 △비우호국 기업과 러 기업 간 모든 거래에 ‘외국인투자 이행관리위원회’ 승인 필요 등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러시아 조치의 적용 범위 및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