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동부 격전지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철수 시도가 또 무산됐다. 피란길을 열어준다고 약속한 러시아군이 전날에 이어 또다시 휴전 약속을 어기고 폭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마리우폴에서 인명 피해가 지속되는 참담한 상황 속에 주민 20만 명을 대피시키기 위한 두 번째 시도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틀 연속 대피 무산은 분쟁 당사자 간 세부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러시아는 마리우폴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대피로를 개설하기로 약속했으나 총부리를 거두지 않았다. 안전 우려로 결국 주민 대피는 무산됐다. 러시아군은 휴전 파기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서는 더욱 무지막지한 포화를 쏟아 부었다.
국제적십자사 중재로 어렵사리 성사된 2차 휴전 합의도 똑같은 이유로 불발됐다. 당초 양측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9시간 동안 임시 휴전을 하고 주민 대피를 보장하기로 했다. 피란 목적지는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약 230㎞ 떨어진 자포리자로, 도심 세 곳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이끄는 피란 버스가 출발하고, 개인 차량들은 버스 뒤를 따라 이동할 계획이었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리우폴의 두 번째 대피 시도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실패했다”며 “안전통로는 존재할 수 없다. 오직 러시아인의 비정상적인 두뇌만이 언제 누구에게 총을 쏠지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은 도리어 “우크라이나군이 휴전을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에 포위돼 완전히 고립된 마리우폴은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의약품과 생필품 공급이 가로막히면서 인도주의 위기에 내몰렸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 직후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왔다.
언제 또 대피로가 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구체적인 시간ㆍ장소ㆍ피란 경로 △민간인 대피뿐 아니라 긴급구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에서 양측 간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적십자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적십자는 마리우폴에 남아 있으며 양측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할 경우 추가 대피 노력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