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4일 부산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는 단일화로 사퇴했지만, 이것은 철수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진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고향을 찾아 전날 발표한 야권 단일화를 거론하면서 안 대표를 한껏 띄운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라며 극적으로 성사된 단일화의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안 대표의 '철수 정치'에 대한 비판의 불똥이 옮겨붙는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윤 후보는 이날 부산 구포시장과 사상구 유세에서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거론하며 "국민의힘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정치철학과 가치의 외연을 더 넓혀서 국민을 더 잘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상구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물밑에서 주도한 윤 후보의 최측근 인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다. 윤 후보는 사상구 유세에서 장 의원을 소개하며 "사상의 아들 장제원이 인내와 끈기를 갖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안 대표와) 서로 가질 수 있는 불신을 제거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제가 정치에 첫 발을 디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저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줘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공세도 잊지 않았다. 대장동 특혜 의혹뿐 아니라 이 후보의 '부산 발언'을 공세 소재로 삼았다. 윤 후보는 "민주당 후보는 부산이 재미없고 초라한 곳이라고 했다"며 "부산을 더 가슴 뛰는 도시로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스타트업·소셜벤처업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서울과의 인프라를 비교하면서 "솔직히 부산 재미 없다"는 발언으로 야권의 공격을 받았다.
윤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서울은 날아가는데 부산은 걸어가거나 기어가면서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며 "부산을 아시아와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로 키우고 그 배후에 첨단과학 기술이 적용된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며 지역개발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 들었다.
윤 후보는 부산에 이어 대구·경북(TK)을 두루 훑으면서 '보수 텃밭' 다지기에 주력했다. 본투표일(3월 9일)이 다가올수록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정권교체 여론'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이날 검찰총장 사퇴 1년을 맞은 윤 후보는 경북 경산 유세에서 "제가 징계받고 재판에서 다시 총장직 복귀해 월성 원전 비리 수사에 들어가니, (현 정권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시키고 없애겠다고 달려들었다"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나가주마' 해서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봤지만 역대 어느 정권보다 썩고 부패했다. 이 사람들은 국민을 우습게 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