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28명 역대 최다 … "거리두기 생색보다 병상 더 챙겨라"

입력
2022.03.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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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총리 "자영업자들 더 이상 방치 못 해" 
병상 여유를 근거로 거리두기 완화 거듭 강조
전문가들 "운용 가능한 병상 수는 그에 못 미쳐"

코로나19 사망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음에도 정부는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방침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피로도를 줄이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거리두기로 생색내기보다 병상 추가 확충과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3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 및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거리두기 조정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현 '6인, 오후 10시'를 '6인·11시' 완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이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 모두 풀어달라고 요구한 만큼 인원과 시간을 추가로 조정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4일 거리두기 새 조정안을 발표하고 5일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거리두기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총리는 "자영업자들이 삶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하는데 언제까지 외면할 수만은 없다"며 "위중증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쪽으로 대응을 바꾸면서 왜 거리두기는 계속 과거 방식을 고집하느냐는 항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 2주 전보다 세 배 뛰었는데…"감당할 수 있어"

이날 0시 기준 사망자는 128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다치인 지난달 28일(114명)보다 14명 많다. 누적 사망자는 8,349명으로 늘었다. 2주 전인 지난달 17일 45명과 비교하면 2주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위중증 환자 수 또한 766명으로, 2주 전 385명에서 곱절로 늘어나는 '더블링'을 기록했다. 확진자가 불어난 지 2, 3주 뒤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얘기다. 신규 확진자도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오후 9까지 전국에서 24만 4,889명이 확진됐다. 집계를 마감하는 자정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4일 0시에 발표될 확진자는 25만 명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종결 임박'이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 현장은 아비규환인데 방역을 계속 푸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올바른 정보를 알려야 할 정부가 동떨어진 메시지를 내니 국민도 모임을 갖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일상회복지원위 방역·의료계 전문가들또한 "지금은 의료 여력을 보완할 때"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환자 2,500병상 한번에 모두 운영 못 할 것"

"대선용 아니냐"는 등 여러 비판에도 정부가 방역 완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위중증 환자 수가 기존 예측치인 최대 2,200~2,500명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어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전문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위중증 환자 예상 최고치는 2,500명"이라며 "이 정도라면 현재 확보한 중증·준중증 환자용 병상 6,000개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병상 숫자와 운용 가능한 병상 숫자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델타 유행 당시 병상대란 또한 병상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 못지않게, 확보한 병상을 다 쓸 수 있다고 '착각'한 것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중환자 병상 2,500개를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병상을 더 늘리는 등 의료 여력을 키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확진자 응급진료 거부에 대해 정부가 좀 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진료 거부 행위는 병원 문을 닫아야 할 심각한 사안인데 보건복지부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