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모모랜드(MOMOLAND)가 남미 음악 시장을 홀렸다. 상당수의 K팝 아이돌 그룹들이 영미권 음악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해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속 데뷔 6년 차에 접어든 아이돌 그룹이 남미 시장에서 역주행까지 기록하며 대대적인 조명을 받는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16년 데뷔한 모모랜드는 '뿜뿜' '배엠' '아임 쏘 핫' 등을 히트시키며 K팝 걸그룹 경쟁 속 입지를 굳혔다. 상큼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들의 매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K팝 그룹이 해외 활동에서 가장 주력하는 시장인 영미권과 일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실제로 '뿜뿜'은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톱5에 진입한 뒤 일본 빌보드재팬 '핫100' 9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멤버들의 탈퇴로 인한 팀 재편 등의 이슈 속 약 1년 간의 활동 공백이 이어졌고, 그 사이 데뷔한 많은 K팝 그룹들이 국내를 비롯해 영미권 등 해외 주력 시장에서 활약하며 모모랜드의 입지를 위협했다. 지난 2020년 발매한 '레디 오어 낫'을 통해 하이틴 콘셉트로 이미지 변화를 알렸지만 해당 활동 이후 또 다시 국내 (공식) 활동이 휴지기를 가지며 인기 견인에 힘을 싣지 못했다.
어느덧 데뷔 6년 차에 접어든 모모랜드에게도 이 시기는 꽤나 큰 고민으로 다가왔을 터다. 의도치 않은 공백 사이 쏟아진 4세대 아이돌들의 맹렬한 기세는 더욱 큰 부담 요소였을 것으로 보인다.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 속 모모랜드는 뜻밖의 행보로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했다. 지난 1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야미 야미 럽(Yummy Yummy Love)'은 이들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남미 시장에서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나티 나타샤와 손을 잡은 이들은 본격적으로 남미 '블루오션' 공략에 나섰다.
오직 영어 가사로만 이루어진 팝 댄스곡 '야미 야미 럽'은 6년 차 모모랜드의 새로운 모습을 제대로 조명했다. 리드미컬한 펑크 리듬 위에 가미된 브라스와 재즈풍의 스캣, 화려한 애드립은 그간 모모랜드가 보여준 음악과는 사뭇 달랐다. 상큼 발랄함을 추구해왔던 콘셉트도 에너제틱한 펑키 섹시로 방향을 바꿨다.
"글로벌 무대로 발돋움하는 우리의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모모랜드의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나티 나타샤와의 협업으로 정식 발매 전부터 남미 현지의 뜨거운 기대를 모은 '야미 야미 럽'이 멕시코를 필두로 한 남미 음악 시장을 제대로 강타한 것이다.
현지 음악 차트에서 꾸준한 순위 성장세를 기록한 '야미 야미 럽'은 지난달 남미 최대 음원 사이트 앵글로 모니터(ANGLO monitor) 메인 차트에서 톱10에 오른데 이어 최근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의 멕시코 바이럴송 톱100 차트에서 8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남미 최대 음원 차트 모니터라티노(monitorLATINO)에서 아델·제니퍼 로페즈·체인스모커스 등 유명 팝스타들을 제치고 주간 차트 전체 1위를 차지한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뜨거운 현지 반응에 힘입어 모모랜드는 지난달 14일 멕시코로 출국해 본격적인 남미 프로모션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멕시코 입국과 동시에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들은 100여개에 달하는 현지 주요 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각종 라디오,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K팝에 대한 남미 시장의 수요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지만 이처럼 국내 걸그룹이 현지 주요 차트에서 역주행을 기록하고, 현지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모모랜드가 이토록 뜨겁게 남미를 뒤흔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남미 국가에서 '톱스타'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나티 나타샤와의 협업 효과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히트곡 '크리미널(Criminal)'의 주인공인 나티 나타샤는 해당 곡 뮤직비디오 조회 수만 23억 회를 돌파했을 정도로 남미 및 세계 음악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대표적인 라틴 팝 가수다. 그의 SNS 팔로워 수는 무려 3,400만 명에 달한다. 남미 시장의 인기 스타를 활용한 협업이 제대로 시너지를 빚어낸 셈이다.
하지만 '야미 야미 럽'의 히트는 오로지 현지 톱 가수의 인기에 의존해 탄생한 결과가 아니다. 현지 팬들을 전면 공략하기 위한 콘셉트의 변화, 전곡 영어 가사라는 새로운 시도, K팝 신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모모랜드의 실력이 삼박자를 이루며 미친 영향 역시 상당했다. 여기에 멕시코 행을 통한 '남미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소속사의 영리한 계획도 큰 힘을 실었다.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이하 MLD) 측 관계자 역시 본지에 "최근 멕시코에서도 K팝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그런 흐름 속에서 모모랜드가 남미의 톱 아티스트 나티 나타샤와 함께 컬래버를 진행하며 관심을 모았고, 같은 시기 멤버들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라고 모모랜드의 남미 강타 비결을 설명했다.
모모랜드의 영리한 계획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타 그룹과 달리 영미권 대신 남미 시장을 공략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MLD 측 관계자는 "최근 남미에서 K팝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남미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공략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았다. 영미권과 아시아권에 집중된 프로모션으로 인해 남미 시장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셈"이라며 "이러한 상황 속 소속 아티스트인 모모랜드와 T1419는 대디양키·나티 나타샤·말루마 등 남미 유명 아티스트들과 꾸준한 음악적 교류를 이어오며 남미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음악 시장 트렌드 파악과 발빠른 현지 활동 본격화가 K팝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남미 시장 개척을 일궈낸 셈이다. '야미 야미 럽'의 성공으로 남미 팬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으며 입지를 다진 모모랜드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이루어질 예정일까.
MLD 측 관계자는 "출발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분위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토대로 향후 활동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남미 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모모랜드 멤버들 역시 본지를 통해 향후 남미 인기에 대한 소감과 향후 현지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저희에게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 남미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남미 팬분들을 직접 만나러 오고 싶다. 앞으로도 모모랜드의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